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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지족(知足)

지족(知足)이란 항상 자기 분수를 알고 만족한다는 말이다.지족은 무위(無爲)와 함께 노자철학의 중요한 개념이다.노자 도덕경(道德經)에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장수할 수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는 구절이 있다.부처님이 입면할 무렵 후세 사람들을 위하여 설파한 유교경(遺敎經)의 여덟가지 수행 덕목 중 한가지가 바로 지족이다.

 

인간의 고뇌는 바로 모든 욕망에서 비롯되며 이 욕망은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다.만족할줄 아는 것이 곧 부자라고 했다.모든 일에 있어서 만족할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극락에 있어도 그것을 모른채 부족하다는 것만 푸념할 것이고,만족할줄 아는 사람은 비록 땅 바닥에 누워서 잠 자도 행복하다는 것이다.노자 도덕경에 자승자강(自勝者强) 지족자부(知足者富)란 말이 있다.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유하다고 했다.

 

지족과 비슷한 개념이 논어 옹야(雍也)장에 나오는 안회(顔回)의 가난속에서 도를 즐기는 안빈낙도(安貧樂道)지만 공자가 '어질도다 안회여'라고 감탄했듯이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공자의 말씀 가운데 반소식음수(飯疏食飮水)곡괭이침지(曲肱而枕之)낙역재기중의(樂亦在基中矣) 이하 생략.나물먹고 물마시고 팔 베개 배고 누웠으니 장부 살림 이만하면 넉넉한 것 아닌가.

 

동부승지를 지내다 기묘사화로 선비들이 죽어갈때 34살의 김정국(金正國)은 낙향해 고향에 정자를 짓고 스스로 팔여거사(八餘居士)라 불렀다.팔여란 여덟가지가 넉넉하다는 말이다."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새와 솔바람 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향기를 넉넉하게 맡는다네, 한가지 더 이 일곱가지를 넉넉하게 즐길 수 있기에 팔여라 했다"는 것이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져 있다.하지만 분수를 모르고 관능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욕망의 쾌락에 빠질 수 밖에 없다.비록 지족의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참되고 올바른 마음을 갖고 산다면 그 자체가 행복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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