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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의료 민영화

지난 4월 도내서도 상영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와 지난주 방영된 국내 모 방송의 'W'라는 시사프로는 미국 민간의료보험 제도의 폐단과 어두운 이면을 생생히 다룬 내용으로 주목을 끌었다.

 

'식코'는 '환자'를 뜻하는 미국 속어다. 영화 식코는 미국식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고통받는 미국 환자들의 기막힌 사연들을 보여준다. 작업하다 중지와 약지가 잘린 남자는 중지 접합수술을 포기하고 약지 접합수술만 받는다. 중지 수술에는 6만달러, 약지에는 1만2000달러가 드는데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해 무릅이 10㎝ 찢어진 백수 청년은 병원비를 댈 수 없자 자신이 직접 꿰맨다. 방송 프로도 뇌종양 환자가 MRI를 촬영하기 위해 몇달이나 보험회사를 설득하고, 병을 고치기 위해 국경을 넘어 멕시코 등지로 떠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같은 일들이 세계 최대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민영 의료보험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온갖 사유를 들어 경제적 약자들에게는 보험가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무려 5000만명에 달한다. 보험 가입자들도 병원이나 진료 선택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보험사가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진료비를 거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횡포가 지나치다 보니 과다한 진료비로 인한 파산자가 연간 200만명에 이른다.

 

미국 의료보험에 비해 우리나라는 1977년 부터 국가 주도의 공보험제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가입자는 국내 어느 병원에서나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른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다.

 

이명박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하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내세웠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료 민영화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극도로 민감해진 국민들은 정부가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건강보험에 손댈지 걱정하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병에 걸리면 쉽게 절망하기 마련이다. 국민들은 건강할 때 보험료를 내고 병들면 보험혜택을 받기를 바란다. 어렵게 정착한 건강보험이 더 이상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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