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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척서(滌暑)

본격적인 피서철에 들어섰다. 장마가 끝나고 중복을 지나 말복을 향하는 지금은 더위가 절정이다. 태양은 작열하고, 바닷가와 강과 계곡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어디 시원한 곳이라도 찾아 떠나고 싶으나 마음처럼 쉽지 않다. 차라리 폭염을 피하기 보다 맞서 싸워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래서 더위를 나타내는 말들을 찾아 보았다. 가마솥 더위, 강더위, 된더위, 무더위, 삼복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한더위, 땡볕더위, 살인더위… 등 한이 없다.

 

한자말은 더하다. 대충 주워 삼켜보면 다음과 같다. 고염(苦炎) 극서(極暑/劇暑) 극염(極炎/劇炎) 노염(老炎) 농서(濃暑) 대서(大暑) 대열(大熱) 맹서(猛暑) 번서(繁暑) 서열(暑熱) 성하염열(盛夏炎熱) 심서(甚暑) 엄서(嚴暑) 열서(烈暑) 염위(炎威) 염증(炎蒸) 염하(炎夏) 융서(隆暑) 증서(蒸暑) 증염(蒸炎) 초열(焦熱) 취서(驟暑) 폭서(暴暑) 폭염(暴炎) 혹서(酷暑) 혹양(酷陽)… 등. 모두 '아주 덥다'는 말이다.

 

이를 어쩌나. 더위를 나타내는 말을 보니 더 더워지는 걸.

 

그러면 더위를 이기는 말은 뭐가 있을까. 더위를 견디는 내서(耐暑), 더위와 싸우는 투서(鬪暑), 더위를 막는 방서(防暑),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 더위를 가시게 하는 소서(消暑/銷暑), 신선한 곳으로 옮겨 시원하게 하는 청서(淸暑), 더위를 씻어 내는 척서(滌暑) 등이 눈에 띤다.

 

이 가운데 뭐가 좋을까. 대부분 피서를 택하겠지만 척서가 나을듯 하다. 척서라? 사실 우리 선조들은 피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더위를 씻어내는 척서나 소서라는 말을 썼다. 피서는 바캉스(vacance)처럼 휴가를 내고 집을 떠난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에 비해 척서는 집안에서 더위를 이겨내고 극복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죽부인을 이용한다거나 우물에서 등목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 냇가나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나 천렵(川獵) 등도 이에 해당한다.

 

나아가 퇴계 이황처럼 독서삼매경에 빠져 보는 것도 좋다. 무더위 속에 문을 닫은채 경전을 읽고 있는 퇴계를 보고 한 친구가 건강을 염려했다. 그러자 퇴계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속에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듯한 깨달음이 느껴져서 더위를 모르게 되는데 무슨 병이 생기겠는가"

 

퇴계 흉내나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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