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13:2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마라톤의 인간한계

박인환 주필

마라톤은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 전쟁에서 1만여 그리스군이 10만 대군의 그리스를 물리치자 그리스의 병사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벌에서 아테네까지 달려가 승전보를 전하고 숨졌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경기임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하지만 현재의 마라톤 코스가 어떻게 42.195㎞로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후일 마라톤벌에서 아테네 스타디움까지 거리를 실측한 결과 36.75㎞였으나,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부터 1920년 제7회 벨기에올림픽때 까지 마라톤코스는 40㎞ 안팎이었다.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때도 42㎞로 설계했으나 당시 영국 왕실일가가 윈저궁에 앉아서 마라톤 경기의 시작을 봐야 한다는 발상 때문에 출발선을 변경하면서 거리가 42.195㎞로 늘어났고, 제8회 파리올림픽 부터 이 거리로 확정됐다고 한다.

 

마라톤은 다른 기록경기와 달리 '신기록'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최고기록'이라 쓴다. 경기가 열리는 코스마다 지형등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59초로 2시간4분대의 벽을 무너뜨리고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100m 평균 17.63초로 전 코스를 달린 셈이다. 웬만한 성인의 단거리 달리기 속도를 전 구간 내내 유지해야 가능한 엄청난 질주다.

 

마라톤 '인간 한계'로 여겨지던 2시간6분 벽이 1999년 11년만에 깨질 때만 해도 당분간 인간이 2시간5분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9년 사이 5분, 4분 벽이 잇달아 무너지고 2시간3분 대에 진입함으로써 '인간 한계'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 느낌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최근처럼 실감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20년 안에 2시간 벽이 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옛 소련 연구소는 1시간50분 까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신발등 장비 발달과 신체 변화, 평탄한 코스가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 마라톤이 스피드를 앞세워 질주를 계속하는 동안 한국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7분20초가 8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은퇴의사를 밝힌 이봉주를 이을 유망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래 가지고는 '마라톤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기 힘들다. 우리의 엷은 선수층이 걱정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