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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구화지문(口禍之門)

구약성서 잠언에'미련한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매인다'고 했다.부처님도"우리들의 입은 화근의 근원이며 몸을 태우는 맹화(猛火)라는 사실을 잘 알고 부모 형제와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상냥한 언사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조심을 당부했다.제논은"인간이 귀 두개와 혀 하나를 가진 것은 남의 말을 잘 듣고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못하게 함이라"고 했다.

 

논어 안연편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 나온다.네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름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말은 한번 하면 그만큼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할 수 없는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순자 영욕편에 선언난어포백(善言煖於布帛)이란 말도 나온다.좋은 말을 남에게 베풂은 비단 옷을 입히는 것보다 더 따뜻해 진다고 했다.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지 않았던가.

 

중국에 처세 잘하기로 소문난 풍도(馮道)라는 재상이 있었다.그는 당나라 말기에 태어나 당나라가 멸망한 이후 후당 후량 후주 후진 후한 등 53년 동안 흥망한 다섯 왕조에서 10명의 임금을 섬길 정도로 처세의 달인이었다.그가 남긴 설시(舌詩)는 오늘날에도 처세훈으로 삼아봄직하다.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입은 재앙의 문이요/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처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는 내용이다.이 시에서 입을 조심하라는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글은 몇번이고 고쳐 쓸 수 있지만 말은 한번 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입조심 안해 피해 본 예는 수없이 많다.화술은 검술(劍術)과 같다.검술을 익혀 사람을 살리는데 쓰면 생명의 기술이 되지만 사람을 죽이는데 쓰면 살인의 기술이 되듯이 화술을 익혀 선용하면 자신과 타인이 승리하는데 힘이 되지만 악용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고 끝내 자신도 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입에서 나오는대로 솔구이발(率口而發)하지 말고 옛 성현의 가르침처럼 세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다.좋은 말도 다 못하고 사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험담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새해에는 서로 상처 받지 않도록 세치 혀 끝을 조심했으면 한다.새해 주고 받는 덕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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