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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달도 차면 기운다.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여름이 가면 겨울이 온다.밤이 지나면 낮이 온다.행복이 극에 달하면 불행이 다가오고 어려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뒤따른다.자연이 그럴진대 사람의 일이 이를 거스를 수 있으랴.사람의 일이 바로 인사(人事)다.너무 기쁘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슬프다고 주저 앉을 일도 못 된다.

 

로마 제국 시절 개선장군이 군중들 사이에서 환호 받는 순간 한 노예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외치는 풍습이 있었다.메멘토 모리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돌아와 행진하는 개선장군 뒤에 노예 한명을 세워 로마 시내를 퍼레이드 하는 동안 뒤에서"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이들 개선장군들은 승리에 들떠 쿠데타를 모의하기도 했기 때문에 승리한 장군이 군대를 끌고 입성하면 사형에 처하는 경우도 있었다.그런 상황에서"너무 우쭐거리지 말고 겸손하라,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노예를 시켜서 개선장군에게 메멘토 모리를 복창케 만든 것.

 

윤흥길의 소설'완장'에 나오는 종술이는 우리들의 또다른 모습이다.쥐뿔만한 권세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힘들다.종술에게 주어진 것은 사실 권세도 아니다.부도 권력도 아니다.단지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로 새겨진 감시원 완장 뿐이다.그러나 종술은 완장을 차면 돌변한다.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완장으로 인한 해프닝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덕경에는'갑자기 부는 바람은 한나절을 지탱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폭우는 하루를 계속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주역의 핵심은'음중양 양중음'(陰中陽 陽中陰)으로 세상일이 음양의 이치에 따라 순환한다는 뜻이다.조분기소(鳥焚其巢 새가 그 둥지를 태운다)처럼 사람들이 새집을 태워버릴 수 있다.사람 역시 높은 벼슬에 있어 거만하게 굴면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아 해를 입기가 쉽다.

 

예나 지금이나 주역 64괘 중 15번째인 겸(謙)괘만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지산겸(地山謙)이라하며 땅 밑에 산이 있음을 상징한다.땅속에 산이 들어간 모습으로 마음속으로 잘난척하는 마음이나 남보다 재주 등을 다 감춰버린 형상이다.기축년에는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며 겸허(謙虛)를 삶의 지혜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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