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11:31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공유지(共有地)의 비극 - 박인환

이기적인 행위자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체에서 재산의 공유관계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이론이다. 1968년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발표한 글에서 제시한 이론이다. 간단한 산술과 조합해 만든 짧은 이야기로 이기적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유한(有限)한 공공자원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딘은 이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마을의 공유인 초지(草地)를 등장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목초지에 가축을 방목할 수 있다. 방목 가능한 개체 수(數)에 도달할 때까지는 크게 문제될게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개농가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가축을 공유지로 끌고 와서 풀을 뜯게 하다보면 수용한계를 지닌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결국 공유지에서의 지나친 자유와 방임은 모두에게 파멸을 가져오는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공유지의 비극'이론이 발표된 후 적잖은 비판이 쏟아졌다. 인간의 자율적 규제능력을 너무 무시했다는 점이 비판 이유였다. 그러나 이 이론은 논문이 발표된지 40년이 지난 오늘날 오히려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지구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자원고갈 문제 뿐 아니라 환경, 인구등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문제인 유한한 자연자원의 파괴과정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근거로 이 이론이 널리 인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봄철만 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도 대표적 사례다. 몽골과 중국 북부의 사막화는'공유지의 비극'이 그대로 나타나는 현장이다. 유목민들은 일정한 땅에서 양떼를 많이 기를수록 소득이 많아진다는 이기적 판단에 광대한 면적을 파멸의 모래밭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안 해양관광자원 개발을 둘러싸고 서해안에 접해 있는 모든 자치단체들이 일시에 사업을 추진하면서 과열경쟁에 따른 아이템및 사업비 중복투자가 우려되고 있다. 자칫 또 하나의 '공유지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 자치단체간 상호 보완적 차원의 윈―윈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도 자치단체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 조정자로 적극 나서 각각 사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인화 주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