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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유머 - 장세균

전주 지역 4. 29 국회의원 재선거를 놓고 여야 그리고 무소속 후보간의 격돌이 예상된다. 2등이 없는 승패의 세계에서 서로간의 유머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옛날보다 부드러워진 것은 선거벽보속의 후보자들 얼굴이 대부분 미소 짓거나 웃는 표정들이다. 옛날 선거 벽보를 보면 후보자들의 표정은 근엄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였다.

 

유머는 정치적 긴장이나 갈등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여유도 주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때도 있다. 동양의 유교 문화권에서는 서양과 달리 얼굴에 희노애락의 감정을 막바로 표현하는 것을 금기시 해왔다. 이런 문화 바탕도 정치에 유머가 끼어들기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사에 보면 뛰어난 정치가들은 유머감각도 보통이 아니었다. 정치 유머로 뛰어난 사람은 조선시대에는 세조(世祖)였다고 한다.

 

구치관(具致寬)을 정승으로 발탁한 세조는 구(舊) 정승인 신숙주(申叔舟)와 구치관의 사이가 불편한 것을 알고 이 두 사람을 어전(御前)에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는 임금의 물음에 틀리게 대답하면 벌주를 내린다하고 "신정승"하고 불렀다. 신숙주가 "예"하고 대답하자 임금은 "신(新) 정승"을 불렀지 "신(申)정승"을 부른것이 아니라면서 벌주를 주었고 구정승을 불러 구치관이 대답하면 "구(舊)정승"을 불렀지 구(具)정승을 부른것이 아니라면서 벌주를 주었다 이런식으로 반복하다 보니 두 사람은 취하게 마실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서로 화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선조 때 이항복의 정치 유머는 유명하다. 동서당쟁(東西黨爭)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되었는데도 피난을 가서까지도 동서(東西)간의 의견충돌이 끊이지 않고 서로 삿대질까지 하면서 언쟁이 계속되자 이항복이 초연히 일어나서 말했다.

 

"참 큰 실수를 했습니다. 이렇게 싸움 잘하는 동인(東人)들로 하여금 동해(東海)를 막게 하고 서인(西人)들로 하여금 서해(西海)를 막게 했으면 왜놈들이 어떻게 이 땅에 발을 붙였겠습니까? 이제야 깨달았으니 원통합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참으로 핵심을 찌르는 유머가 아닐수없다. 이렇듯 유머는 여유와 편견이 없는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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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균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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