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으로 물가로/ 다북쑥을 캐어서/ 온 정성 다하여/ 제사를 받드옵네.// 산골 물줄기 타고/ 다북쑥을 캐어서/ 온 맘 다하여/ 사당에 드리옵네."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 나오는 한 귀절이다. 기원전 5세기께 엮은 것이니 중국에서는 일찍부터 쑥을 제수용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다북쑥은 쑥과 같은 말이다.
쑥은 생명력이 강해 웬만한 곳에선 잘 자란다. 산과 들, 길옆이나 논밭두렁, 빈 집터 등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올라온다. 아무데서나 쑥쑥 자란다하여 '쑥'이라 했는지 모르겠다.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맨 처음 올라 온 것이 쑥이라 하지 않던가.
쑥은 우리 민족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을 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되기를 원하자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쪽을 주고 햇빛을 보지 말고 백일을 견디라고 했다. 곰은 견디어, 여자가 되고 환웅과 혼인해 낳은 아들이 우리의 선조인 단군이다.
또 민중들이 가뭄과 전쟁 등으로 기근에 처해 있을 때 굶주린 배를 채워준 것이 쑥이다. 정약용의'쑥을 캐며(采蒿)'라는 시에 그것이 비친다.
"…/ 돌쑥, 물쑥, 다북쑥/ 온갖 돌쑥을 모조리 캐네./ 시들어 마른 잡쑥도 캐고/ 마소가 먹다 남은 새싹도 캐네./ 이 쑥 저 쑥 골라서 무엇하랴/ 캐어도 캐어도 허기진 이 쑥을 뜯고/ 뽑고 가리고 다듬으니/ 바구니 광주리에 반쯤 차네./ 돌아가 이것으로 쑥죽을 쑤면/ 죽인 양 밥인 양 끼니가 된다."
쑥은 봄철에 파릇파릇 올라 온 새순을 채취해 멥쌀가루를 넣고 쑥떡을 쪄 먹으면 맛과 향이 일품이다. 동국세시기에는 삼짇날(음력 3월 3일)과 단오날(5월 5일)에 쑥떡을 해 먹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쑥엔 신경을 마비시키는 환각성의 독한 맛이 있어, 물에 하룻밤 우려내야 하는 게 단점이다.
또 쑥은 약재로도 효과가 탁월하다. 복통·토사(吐瀉)·지혈제로 쓰고 냉(冷)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등에도 사용된다. 약효와 관련, 중국 한말(漢末)의 명의 화타는 "3월(음력) 쑥은 약, 4월 쑥은 불쏘시개"라 했다.
요즘이 약쑥의 계절이다. 시간을 내, 반 나절쯤 쑥을 캐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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