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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어린이 헌장 - 박인환

"어린이들을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십시요, 어른이 뿌리라면 어린이는 그 싹입니다." 소파(小波) 방정환선생이 1923년 5월1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발표한 '어른에게 드리는 글'에 나오는 문구다. 최초의 국제 어린이 권리선언인 '아동의 권리에 관한 제네바선언'이 채택되기 1년전에 나온 글이다.

 

어린이날은 일제 강점기 헐벗고 굶주리며 어렵게 성장하는 이 땅의 어린이들을 위해 방정환선생 주도로 제정한 날이다.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하루라도 마음껏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날을 만든 것이다.

 

방정환선생이 어린이날로 처음 정한 날은 5월1일이다. 1939년 일제 억압으로 중단되었다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5월5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부활됐다. 그러다 1957년 제1 어린이헌장을 선포하고, 1975년 부터 정식 공휴일이 되어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전문(前文)과 9개항으로 제정된 어린이헌장은 1988년 제66회 어린이날을 맞아 개정 공포됐다. 전문과 11개항으로 개정된 제2 어린이헌장은 전문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는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어린이상(像)을 구체화 한 것이 특징이다.

 

오늘이 87회째 맞는 어린이날이다.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를 위한 풍성한 잔치와 이벤트가 베풀어진다. 하지만 그 뒤편의 모습은 어둡고 우울하기만 하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인구 790만명의 15%에 해당하는 120만명이 빈곤을 겪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의 이혼, 가출등으로 인한 무관심속에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나홀로 아이'들이나 조손(祖孫)가정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헌장도 그저 하나의 선언문에 그칠 따름이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자 희망이다. 일제 강점기 선각자들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취지를 오늘에 되새겨야 한다.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날을 특별히 정해 기념하지 않는다고 한다.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을 기다려온 아이들이나, 오늘 하루가 따분하기만한 아이들 모두 우리 자녀들이다.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을 찾아주기 위해 우리사회 어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날이 오늘이 아닐까 싶다.

 

/박인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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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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