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혈연도 없으면서 혈연의 창조자가 되는 부부, 세상에 가장 좋은 사람·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나, 차츰 예사로운 사람으로 여기고 때로는 시들하게 생각하면서도 가장 미더운 사람,… 고마우면서도 고맙다 하지 않고, 즐거우면서도 즐겁다 말하지 않는 가운데서 서로 믿고 만족하며 사는 부부,… 인생의 총본부, 세계의 총본부가 되는 부부"
이원수의 에세이'부부의 정'에 나오는 대목이다.
부부는 인간 구성의 기본이다. 나아가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친밀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3친(三親)중 첫번째다. 이와 관련, 명심보감 안의편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형제가 있으니, 한 가정이 되는 친족은 이 세 가지뿐이다."
물론 여기서 3친은 부부·부자·형제를 뜻한다.
그런데 그 다음이 좀 걸린다. 장자(莊子)를 인용해 "형제는 수족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으니 의복이 떨어졌을 때는 새 것으로 갈아입을 수 있거니와 수족이 잘라진 곳은 잇기가 어렵다"는 대목이다. 형제간 우애를 강조하려 했겠지만 부부사이를 의복에 비유한 것은 수긍키 어렵다. 갈라 서면 남이란 말인가.
실증주의 사상가 H.A.텐은 부부관계를 실증적으로 표현했다."3주간 서로 연구하고, 3개월간 사랑하고, 3년간 싸움을 하고, 30년간은 참고 견딘다. 그리고 자식들이 또 이와 같은 짓을 시작한다."
하지만 부부윤리를 가장 정확하게 짚은 것은 이희승의 강좌'인간과 윤리'가 아닐까 한다.
"별다른 개성을 가진 남녀가 결합하여 한 개의 인격이 된다는 데는 거기에 벌써 협동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부부간의 협동이란 1+1=2가 아니라, 1+1=1이 되는 것이다. 즉 그들의 개성은 반만 남게 되는 것이다. 반은 죽이고 반만 살리는 것이다. 반을 죽인다는 것은 희생이요, 반을 살린다는 것은 사랑이다. 희생의 정신과 애정, 이 두 가지가 없이 부부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주례사를 듣는 것 같지만 오랜 경륜이 묻어난다.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5월 21일로 정한 것은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스스로의 부부관계를 돌아보는 날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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