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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복분자 - 조상진

90년대 초반 고창에서 1년 남짓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외지손님을 모시는 최고의 코스는 단순했다. 선운사를 둘러보고 풍천장어에 복분자술을 곁들여 식사를 한 후, 석정온천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다.

 

이 세 곳을 들르면 웬만한 인사들은 만족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빼어난 산천 구경에 약간 피로해진 몸을 보양식과 보양주로 다스리고, 깨끗이 씻고 돌아가니 그 누가'원더풀’하지 않을 것인가.

 

이 세가지 중 웰빙의 흐름을 타고 가장 뜬 것이 복분자다. 몸에 좋다고 하니, 지금은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재배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복분자의 원조는 단연 고창이다. 물론 당시 복분자는 야산에서 나는 자연산이었다. 고창 뿐 아니라 인근 정읍 내장산 일대나 순창 등에서도 자생하고 있었다.

 

이 복분자가 알려진 것은 1960년대 부터였다. 선운산 주변에서 야생 복분자를 채취해 술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알음알음 나눠 주기도 하고 일부는 판매도 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대규모로 재배하게 되고, 유명 주류업체에서 달겨들어 대량생산하고 있다.

 

복분자를 많이 찾게 된 것은 아무래도 한국인 특유의'정력 선호’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복분자(覆盆子)는 뒤집어 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 분(盆), 아들 자(子)를 합한 글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얘기가 전한다. 옛날 노부부가 늦게 얻은 아들이 병약해 좋다는 약을 모두 구해 먹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나가는 스님이 산속에 나는 검은 딸기를 먹이면 나을 거라고 알려줬다. 그의 말을 듣고 이것을 따다 먹였더니 그후 부터 건강해져, 소변을 볼 때마다 요강이 뒤집어지고 깨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이웃마을에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 길을 잃었다. 배가 고파 우연히 덜 익은 산딸기를 따 먹게 되었다. 겨우 집에 돌아왔고, 다음 이야기는 상상에 맡기겠다.

 

복분자는 각종 실험결과 이같은 얘기가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 향기와 맛, 당도, 색깔 등이 독특해 서양의 와인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복분자는 전북이 전국 생산량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너도 나도 복분자 재배에 뛰어든 탓이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가공 등으로 농가 소득에 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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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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