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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골프와 인생 - 백성일

국민들은 때가 아닐 때 골프채를 휘두르는 정치인에게 잔인하다. 2006년 3월 이해찬 전 총리가 3.1절에 골프를 쳤다. 이 전 총리는 철도 파업이 한창일 때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지역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져 결국 사퇴했다. 정치인에게 골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인 운동이지만 이 때문에 낙마한 정치인도 많다. 최근 경남기관장 4명이 접대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다. 골프는 멋진 운동이지만 잘못하면 마가 따른다.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민정서에 반하기 때문이다.

 

골프가 너무 재밌는게 흠이라는 사람도 있다. 골프엔 심판이 없다. 자신과의 영원한 싸움이라는 것도 자신이 곧 심판인 때문이다. 플레이를 하면서 의심 받는 일이나 스코어를 속이는 일은 인격을 부정 받는 짓이다. 옆에서 거드는 캐디의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릴 줄 아는 관용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샷할 때 볼을 보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다. OB가 나거나 볼을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라운딩 전에는 순리에 따라 샷 할 것을 다짐하지만 막상 코스에 들어가면 욕심을 부린다. 러프에 들어간 볼을 무리하게 쳐내려다가는 오히려 더 깊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골프에서도 통용된다. 순리를 무시한 과욕과 성급함이 주는 폐해는 골프라고 예외일 수 없다. 골프는 숱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어 인생 여정에 비유한다.

 

"절대로 남의 스코어를 계산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기를 많이 해서인지 동반자의 스코어에 상당히 민감하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간혹 티격태격 말타툼이 일어 나는 것을 보는데 대부분이 타수 계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동반자의 스코어를 계산하지 말라는 것은 단지 분쟁을 피하자는 목적이 아니다. 자신의 플레이에 더 집중하고 동반자를 믿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기다림의 운동이다.

 

지름 42㎜ 남짓한 작은 공을 채로 쳐서 물 언덕 모래 무덤을 지나 직경 108㎜의 작은 구멍에 넣는 것이라 힘과 기술 이외에도 미세한 조정력이 요구된다. 상대방이 툭 내던진 말 한마디에 경기를 망쳐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골프다. 제주 야생마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잡았다. 양용은이 희망의 다리를 놓았다. 그의 골프 인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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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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