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한마디로 소개할 때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한다. 전주가 음식의 명향임에는 틀림 없다.그러나 언제부턴가 전주 음식 맛이 제 맛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식만해도 전주 보다도 광주가 낫고 서울이 더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광주와 서울 음식점들의 홍보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전주 음식 값이 싸서 그 질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토종 재료를 구해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한정식 잘 한다는 집에 가보면 반찬 가지수가 30 종류나 돼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다. 그러나 막상 수저들고 먹다 보면 젓가락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아무리 맛 있는 음식을 먹어도 내리 몇끼를 먹으면 맛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음식 먹는 횟수에 상관없이 전주 한정식이 특성이 없다는 것. 그 나물에 그 반찬격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전주 음식이 새로운 조명을 받지만 솔직히 말해 전통적인 옛 맛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콩나물 국밥도 콩나물 비빔밥도 업소마다 맛이 제각각이다. 펄펄 끓여 주는 콩나물 국밥이 있고 그냥 국물에다 밥 말아 주는 곳도 있다. 콩나물 국밥은 술꾼들의 속을 확 풀어주고 달래 줘야기 때문에 국물 맛이 좋아야 한다. 천연재료를 써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그러나 화학조미료를 써서 맛을 내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떨어진다. 더욱이 만든 사람의 손 맛이 중요하다. 오랜 노하우가 담겨 있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음식 맛은 그래서 하루 아침에 낼 수 가 없는 법이다.
맛 내는 데는 토렴도 중요하다. 국자로 국물을 퍼서 밥 알갱이에 적당히 국물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제 맛이 안난다. 토렴을 제대로 하는 집이 전주에 과연 몇개나 될까 의심이 간다. 비빔밥도 그렇다. 전주에서 나는 음식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어야 제격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은 음식 맛을 내는 결정타다. 여기에 우리 참깨로 짠 참기름을 넣어야 비빔밥 맛이 나는 것이다.
그간 전주시도 전주 음식의 옛 맛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만 듣다보니까 전주 음식이 그 정체성을 잃은 가운데 퓨전화 돼 버렸다. 전주 업주들이 광주나 서울 가서 벤치 마킹한 결과다. 그 보다는 명인을 발굴해서 맛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맞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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