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어떻게 내리는가. 어떤 모양으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가.
눈은 "머언 곳에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김광균/ 雪夜)로, "고독한 도시의 이마를 적시"(눈오는 밤의 詩)며 내릴 때가 있다.
내리는 눈발 속에는 '괜, 찮, 타,… 괜, 찮, 타…'(서정주/ 내리는 눈발속에는) 하는 소리가 들리고, '휘파람'(김소운/ 눈) 소리가 나기도 한다. 때로 "함박눈이 쏟아지면 귓가에 꿀벌이 닝닝거리듯 소란스럽다."(박목월/ 雪中梅)
또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기(김수영/ 눈)도 하고, "사나이의 검은 손때처럼 검을 수도 있다."(김춘수/ 눈에 대하여)
북방 어느 골방에서 보는 눈은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고"(백석/ 南新義州 유동 박시봉방), 초인으로 하여금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한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이육사/ 광야) 한다.
또 흰 눈은 "테이프처럼 우리를 감으라, 자"(김동명/ 踏雪賦)하고 내맡기고 싶기도 하고, "한 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하고 기원해 본다.
뿐만 아니다. 겨울 문의(文義)에서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고은/ 문의 마을에 가서)고 외치고 싶고 "너를 떠나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펑펑 눈이 우는 밤"(신동집/ 눈)일 수 있다.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어느 간이역에는 지금도 "대합실 밖에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곽재구/ 사평역에서)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고"(박용래/ 저녁눈) 건물들 사이를 헤매는 사내 앞에 "때마침 진눈깨비가 흩날"릴(기형도/ 진눈깨비) 수 있다.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는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렸당께!"하며 이장이 마이크를 잡고 주민을 회관 앞으로 모이게도(오탁번/ 폭설) 하지만 누군가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쓰는"(류시화/ 눈 위에 쓴 시) 마음도 있어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인 오늘, 서해안과 중부지방 등에 눈이 내린다고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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