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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인의 건배사 - 조상진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종 모임에는 건배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송년회나 신년하례회 등 격식을 갖춘 모임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로의 건강이나 행복을 빌고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다.

 

서양도 그렇지만 대작문화권인 동양에서는'잔(杯)을 깨끗이 비운다(乾)'는 뜻으로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중국은 간베이, 일본은 간파이 등 발음만 조금 다를뿐 공통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게 건배사 한 말씀이다.

 

건배사는 시대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했다. 한때 여당의원들은 '위하여'를, 야당의원들은 '위하야'를 합창했다. 아주 오래된 버전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는 술잔을 기울일 때 어김없이 '이대로'를 외쳤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라는 의미가 담긴 구호였다.

 

반면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대표측은 '친근해(혜)'를 구호로 삼았다. 건배사를 하는 사람이 먼저 '친'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근해(혜)'로 화답하는 것이다. 얼음공주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람들에게 좀더 친밀하게 보이고자 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있다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은 술자리에서 '해뜰날'을 선창했다. 가수 송대관의 히트곡을 빌려 자신의 정치적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당 대표가 된 뒤에는 '지화자'로 바뀌었다. '지금부터 화합하자'를 줄인 말이다. '친이'나 '친박'을 떠나 화합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008년말 건배사로 '말보다 실천'을 주로 사용했다. 정 대표가 '말보다'하면 참석자들이 '실천'하고 받는 것이다. 당시는 여야가 'MB악법(?)'강행처리를 둘러싸고 대치해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건배사는 장소에 따라 화를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 광명시 이효선 시장은 2006년 7월 여성단체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여성 통장들이 대거 참석한 모임 등에서 잇달아 '원만한 성행위를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한 때문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가능한 '성행위(성공과 행복과 위기극복)'라는 건배사를 공식석상에서 사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건배사는 짧고 강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것중 하나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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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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