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못할 짓이 정치더라" 지난해 부터 군수선거를 준비해 온 예비 정치인이 털어놓은 말이다. 굽신거려야 하고, 손을 잡아도 반응이 없고,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니까 고자세로 돌아서던 주민들의 태도 등이 그를 밥맛 없게 만들었다. 그는 성미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출마의 꿈을 접었다.
어느 고위 공직자는 국회의원 선거에 실패하면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정치를 하려면 세가지를 갖춰야 겠더라. 낯이 두꺼워야 하고, 거짓말도 잘 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동전을 넣어야 통화가 되는 공중전화 처럼 선거에서는 돈을 풀어야 조직이 움직인다. 그리고 거짓말도 잘 해야 한다. 저임금 근로자들 한테는 그들에 맞는 말을, 기업 오너들 앞에서는 그들의 구미에 맞는 말을 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공약하는 따위의 사람들"이라고 한 건 구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였다.
사퇴시한인 지난 4일까지 전국적으로 160명이 공직을 사퇴했다. 온실에서 자란 공직자들에게 정치판은 넘기 어려운 벽이다. 이미 불출마를 밝힌 안세경 전주부시장 역시 그런 케이스다. '공천제도는 없어져야 하고, 할거라면 시민들이 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 대로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뜻을 접었다. 낯이 두껍고 거짓말 잘 하고 돈도 많았다면 모를 일이지만-.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에너지가 솟았고 즐겁게 느껴졌다. 아쉬운 소릴 듣기만 했지,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 부탁하고 아쉬운 소릴 해야 했던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한 손 악수도 이젠 두 손을 맞잡고 한다. 출판기념회 때는 넙죽 엎드려 큰 절도 했다. 한참이나 엎드려 있던 모습을 본 그의 부인은 "그렇게도 정치가 하고 싶었는가 보다. 이젠 도와야지 했는데 며칠 뒤 포기하더라"고 했다. 부인은 정치를 할 거라면 갈라서자며 사생결단 반대했던 터였다.
원불교 원로 한 분이 신년인사차 찾아온 그에게 명함만한 크기의 종이에 이런 글을 써 주었다. "비우고, 귀 기울이고, 받아들이라" 그는 이 글을 코팅해 지갑에 넣고 다닌다. 정치실험이 좌절된 그에게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훗날을 위해서도.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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