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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동구나무 - 백성일

한낮에는 제법 기온이 올라 물가 생각이 저절로 난다.사월이 워낙 날씨가 안좋고 뜬끔없이 눈까지 내려 잔인한 달이 되었다.한 달 이상을 천양함 침몰 뉴스로 도배질 해 모두가 우울했다.조금만 추워도 춥다고 견디지 못하고 조금만 더워도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이 간사함을 뭐라 탓할까.올 봄은 마치 봄을 건너 뛰어 성큼 여름이 온 느낌이다.불과 며칠 사이다.

 

요즘같은 더위를 피하기에는 마을 어귀의 둥구나무가 제격이다.아름드리 둥구나무는 그늘을 짙게 드리워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점심 먹고 잠깐 둥구나무 옆에 있는 정자에서의 한소굼은 꿀맛이 아닐 수 없다.피로가 싹 가시고 원기가 회복된 느낌을 받는다.이런 보약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호접몽(胡蝶夢)이라도 꿀 정도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올 봄 도내도 유난히 시끄러웠다.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혈투를 벌이다시피해 기진맥진해 있다.민주당 공천 심사가 공정치 못했다고 아우성이다.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기고만장했던 국회의원의 자존심이 한풀 꺾였다.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의원이 내세운 후보도 여지없이 나가 떨어졌다.지금 전주나 전북은 변화의 새바람이 분다.그냥 적당히 지역 정서에 기대어 정치를 해보겠다는 발상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태세다.

 

수양산 그늘 강동 팔십리라는 말이 있다.큰 나무 덕은 못 보지만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본다는 말이다.전북 출신으로 고향을 위해 둥구나무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 보인다.정권을 빼앗긴 탓이 크지만 인물이 없다.새만금사업도 외곽방조제만 축조됐지 언제 내부 개발을 할 것인가는 까마득하다.준공연도를 10년 앞당겨 2020년으로 설정했지만 지금봐서는 언감생심이다.해마다 국비 1조원씩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도민들은 햇빛을 막아주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둥구나무 같은 인물을 필요로 한다.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정치권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지역에도 원로가 없다.나서는 사람은 많은데 소리만 너무 요란하다.자기 욕심만 챙기기 위해 지역을 파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백성일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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