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주 근교의 한 음식점. 일하고 있던 아주머니 3명에게 물었다.
"기자 : 투표 하실겁니까? ▲ 안해요. 기자 : 왜 안해요? ▲ 다 도둑×들이여. 지그덜만 좋게 해주는 것인데 뭐하러 해? 기자 : 그러면 쌍발통이라고 들어봤나요? ▲ 처음 들어. 기자 : 김완주라는 이름은 들어봤나요? ▲ 몰라. 기자 : 이곳 시장이 ○○○인데 그 사람은 아나요? ▲ 거그는 알어"
반듯한 정치인이 이 소릴 들었다면 서운했을 것이고, 한나라당 정운천후보나 민주당 김완주후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 같다. 아주머니의 생각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초들의 여론도 뜯어보면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아주머니 같은 경우는 정치인의 부도덕성에 신물이 난 나머지 무관심을 넘어 선거 니힐리즘에 빠진 사례에 가깝다. 그래도 입을 연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실은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여론이 무서운 법이다.
내일이 투표일이다. 누가 나왔는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유권자들이 너무나 많다. 선거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이 단체장 선거의 경우 30∼40%대, 교육감 선거는 50%대에 이른다. 후보만 달아오를 뿐 유권자들은 좀처럼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부동층이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제 유권자들의 판단만 남아 있다. 무조건 투표하지 않겠다든지, 어떤 인물이 나왔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4년간을 고생할지도 모른다. 단체장이나 교육감, 지방의원·교육의원들은 시민이 낸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하고 감시 견제할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
그런 일을 할만한 후보인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선거공보물이다. 전국적으로 3600만통이 각 가정에 배달됐다. 재산과 병역,납세 실적, 전과기록 등 후보자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정보와 공약이 담겨 있다.
특히 부동층의 범주에 있는 유권자라면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길 권한다. 후보의 표정, 슬로건과 공약, 책자의 디자인과 형식 등을 훑어보는 재미도 있다. 강준만교수(전북대)의 지적처럼 우리를 대신해서 일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투표해야 할 일이다. 투표를 해야 도둑× 소리 할 자격도 있다.
/이경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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