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미움, 분노와 사랑, 욕심 등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다. 희로애락처럼 격렬하고 강한 감정이 있는가 하면 약하기는 하지만 미소처럼 표현이 억제된, 오래 지속되는 감정도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W.분트는 감정을 두가지로 구분했다. 개개의 특정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감정과 의식에 뚜렷이 떠오르지 않는 자아상태의 감정이 그것이다. 앞의 것은 특수적 감정이고, 뒤의 것은 일반 감정이다. 선거 때의 감정은 특수적 감정이다. 격렬하고 강하면서 오래 지속된다. 죽을 때까지 갖고 가는 게 선거 감정이다.
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 낙선인사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었다. 전주 평화동 네거리에 걸린 낙선자의 플래카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낙선에 울지 않고 여러분의 성원에 웁니다'. 성원에 감사한다는 것도 아니고 운다니 이건 무슨 뜻인가.
이 선거구는 지역위원장을 '엿먹이기' 위해 특정 세력이 '작업'을 벌여 공천자를 떨어뜨리고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킨 선거구다. 이런 배경을 알게 되면 공천을 받고도 떨어진 후보의 처절한 심정이 담긴 내용이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 제3자는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이번 지방선거는 정당 후보가 무소속과 연대하기도 하고 무소속이 정당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의리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선거였다.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의 잡음도 어느 때 보다 심했다. 그런 만큼 선거감정의 골도 깊다. 정동영-김희수, 장세환-송하진, 유성엽-김생기 등 정치리더들의 그것도 마찬가지다.
각종 선거로 시달리는 농촌지역의 선거감정은 더욱 심각하다. 당내 세력도 여러 갈래이고 원수 척 진 세력도 있다. 선거 한번 치르면 '네 파, 내 파'로 갈린다. 흰 눈으로 보기 일쑤이다.
우리 속담에 '밤 샌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는 말이 있다. 원수라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감정이 사그라진다는 뜻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갖춘 말 한마디면 해묵은 감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패자 보다는 승자, 아랫사람 보다는 윗사람이 먼저 관용과 포용을 보여야 한다. 제갈량이나 장량, 그들의 군주들은 자기를 죽이려 했던 사람에게까지도 관용을 베풀었지 않은가. 허리 띠 풀어놓고 통 큰 소통에 한번 나서 보라.
/이경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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