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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나이가 벼슬 - 백성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뿌리 깊은 '순위 매기기' 의식이 숨어 있다.처음 만났을 때 실례를 무릅쓰고 나이부터 물어 본다.'서열의식'이라고 하는 이 성향은 나이 비교를 통해 순위를 매겨 마음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생각이다.농경 사회가 주류를 이뤘던 시절에는 '나이'는 그 사람의 '경험의 양'과 '경험의 질'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였다.농사 짓는데 살아 있는 교과서로 통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산업화가 이뤄진 지금도 전북에서는 나이가 벼슬로 통한다.흔히 군대에서 짬밥으로 모든 것을 따지는 것처럼 밥그릇 수로 사람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지천명(知天命)인 50대도 어린 사람으로 취급 받는 경우가 많다.모임에서 물당번하기도 벅차다.사회 단체장을 맡길 때 경제력이나 영향력 못지 않게 나이를 고려한다.이순(耳順)이 넘었는데도 나이 타령 할 정도라면 그건 문제가 있다.

 

전주를 포함해서 도내 사회는 아직도 보수적이다.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주저한다.학연 혈연 지연 등 연줄망 의식과 지역 정서법에 얽매여 꼼작 못한다.힘 있는 사람 입줄에 오르고 눈 밖에 나면 처신하기가 곤란해 지기 때문에 눈치보기와 비위 맞추기에 바쁘다.사업가들이 필요 없는 일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관 눈치 볼라 여론 주도층 살피라 가자미 눈이 될 정도다.백번 잘했다가 한번 소홀 하면 괘씸죄에 걸린다.

 

바깥 세상 돌아간줄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 같다.정치적으로 외로운 섬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누가 알까봐 끼리끼리만 해먹고 있다.지방의원이나 관공서에 다니거나 넥타이나 차고 다녀야 그래도 대접 받는다.이런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전북 발전은 요원하다.갈수록 전북은 방안퉁수들만 많아진 가운데 안으로 쪼그라 드는 적막강산으로 변했다.나이나 따지는 비능율적 사회가 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만 48세 총리가 나왔다.JP이후 39년만의 일이다.40대 총리의 출현을 충격으로만 받아들일 때가 아니다.세계적인 지도자의 나이가 40대로 낮아졌다.도지사나 시장 군수 나이가 많은 편이다.지금은 나이가 벼슬이 될 수 없다.나이는 벼슬이 아니라 스스로 반성해야 할 채찍이어야 한다.

 

/백성일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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