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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영남민국' - 이경재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08년 '영포회' 송년 모임 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당시 포항시장, 시의장 등이 모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밀고 끌면서 인사·예산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 방증이다. '영포회'는 경북 영일· 포항 출신의 중앙 고위 정치인 모임이다.

 

이런 모임은 일정 공동체 의식을 갖고 보편적 이해관계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공유된 의식이 권력핵심을 연결고리 삼아 서로 이익을 주고 받는다면, 나아가 집단 이기주의나 파벌로 발전해 권력마저 독점하려 든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한 사회'는 더더구나 아니다. 한 나라의 인사와 예산정책이 그런 식으로 좌지우지돼선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8·8 개각에 이어 최근 차관 인사까지 마무리했다. 국무총리(후보자), 국회의장, 국정원장, 국세청장(후보자), 경찰청장(후보자) 등 권력 핵심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짜여졌다. 대구 출신인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합하면 주요 사정기관의 요직을 영남이 거의 독차지했다. 배득식 국군 기무사령관도 경북 달성 출신이다.

 

이러니 군사정권 때보다 더한 편중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아닌 '영남민국'이란 착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청와대 60명의 비서관과 수석비서관의 40%도 영남출신이다. 전북 출신은 차관 23명중 단 한명만 달랑 끼었고 장관은 단 한명도 끼이지 못했다. 무능해서 그런가, 아니면 '영포회' 같은 조직이 없어서 그런가.

 

'영남민국 잔혹사'(김욱 서남대 교수 저)는 말한다. "한 지역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은 숱한 사회적 비효율과 비근대적이고 위선적인 정치를 조장한다." 그러면서 "영남 패권주의 역사는 나쁘며 이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간단한 명제 조차 합의하지 못한다면 누구든 끝까지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선거 때는 호남몰표를 호소했지만 권력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돌변해 '호남 없는 개혁'을 드러낸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변방에서 화려한 영남인맥을 바라보는 심정이 너무나 초라하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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