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은 아무리 효자라 하더라도 오랜 병 간호에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다. '삼년 구병에 불효 난다'는 말도 그런 뜻이다. 부모 병 간호는 당연하지만 오랜 기간 초심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1979년 데뷔한 김제 출신의 가수 현숙은 '효녀가수'로 불린다. 중풍과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7년 간 극진히 보살폈고, 지병을 앓던 어머니를 14년 동안이나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2008년엔 대한치매학회 치매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에겐 '기부천사'라는 말도 따라다닌다. 10여년 전부터 고향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달해 왔고 아이들에게는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 2004년부터는 경남 하동과 충남 청양, 전남 장흥, 강원 정선, 경북 칠곡 등 여러 곳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이동목욕차량을 기부해 왔다. 이런 공로로 지난 1996년 효행 연예인으로 국민표창을 받았고 2001년과 2007년에는 효령대상 효행부문상과 전북애향대상을 탔다. 지난해에는 삼성효행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침내 그의 효행과 나눔의 삶을 널리 알리기 위한 '현숙효열비'가 마련됐다. 김제 지평선축제가 열리는 내일 오후 1시 벽골제 아리랑문학관 인근에서 제막식이 열린다. 연예인 1호 효열비다. 민간인이 중심이 된 효열비추진위가 뜻을 모았고 모금운동을 벌여 성사됐다.
"…내 부모, 남의 부모를 가리지 않고 효를 행하여 온 국민가수 현숙의 효행은 오늘날 우리에게 사람의 도리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어르신들이 행복한 그날까지 나눔의 삶을 실천하겠다는 그의 삶을 기리어 우리 후손에게 효의 사상을 행하게 하고자 현숙효열비를 세웁니다." 현숙의 효열(孝烈) 비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비 명칭에 정절의 뜻이 담긴 열(烈)자가 들어간 걸 문제 삼고 있는 모양이다. 현숙은 결혼도 하지 않은 몸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효행비라고 했으면 좋았을 법 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명멸하는 연예계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매사에 진정성을 갖고 대한 그의 태도에 있다 할 것이다. 효행도 마찬가지다. 명칭 논란이 그의 진정성마저 해쳐서는 안될 일이다. "가수라는 재능으로 온 천하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꼭 실현되길 기대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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