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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국창 권삼득(權三得) - 조상진

권삼득(權三得·1771-1841)은 판소리 명창 중 최고참급이다. 흔히 고창의 신재효를 판소리의 중시조 쯤으로 잡고 있는데 그 보다 40여 년 먼저 태어나 활동했던 것이다. 또한 판소리를 최초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소개된 남녀 명창 88명중에서도 첫번째에 올라 있다.

 

그런 만큼 그에게는 출처불명의 전설적인 얘기가 따라 다닌다. 그는 어린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술과 소리에만 빠져들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광대는 양반 가문의 수치인지라 집안 어른들이 모여 멍석말이로 죽이려 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소리 한 대목만 부르고 죽기를 청했다. 이를 허락하자 그는 춘향가 십장가(十杖歌)를 불렀는데 모두가 감동했다. 결국 족보에서만 빼고 쫓겨났다. 하지만 어느 연구자가 권씨 집안의 족보를 확인해 보니 버젓이 올라 있더라고 한다. 집안 또한 크게 벼슬을 한 것은 아니고 부친이 시골에서 시문도 짓고 때로 관청에 드나들며 청원서를 내는 정도였다고 한다.

 

또 그의 묘지가 있는 완주군 용지면 구억리에는 묘 옆에 '소리구멍'이라 불리는 작은 구멍이 있는데 비오는 밤이면 노래소리가 들려 온다는 것이다. 소리꾼들이 지금도 그의 소리를 들으려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어쨌든 그는 판소리 8명창 중 하나로, 12살 때부터 가장 오래된 명창으로 알려진 하한담(河漢潭)·최선달로 부터 판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소리제(制:음악적 특징)는 덜렁제(설렁제, 드렁조)로 전해져 오고, 지금도 판소리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높은 소리로 호령하다가 금방 짜부러지는 하강창법으로 호탕하고 씩씩한 느낌을 준다. 흥보가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이나 춘향가 '군노사령이 춘향 잡으로 가는 대목' 등이 대표적이다. 신재효는 '광대가'에서 이를 "천층절벽에서 떨어지는 만장폭포"에 비유했다. 그래서 그를 가중호걸(歌中豪傑)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그의 외가인 남원 주천면 지리산 기슭 육모정 뒤에 구룡폭포가 있는데 여기서 폭포득공을 했다는 유적비가 세워져 있다.

 

비가비(양반출신 광대) 명창으로 사람, 새, 짐승의 세가지 소리를 터득(三得)했다는 그를 추모하는 전국국악대제전이 13일 열린다. 봉동읍 완주종합복지관에서 올해 11번째 열리는 이 대회가 국악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싶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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