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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눈물의 애국가 - 장세균

지난번 서울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다. 특히 우리에겐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눈길을 끌었다. 독일과 한국 사이에는 애달픈 과거사가 놓여있다. 해방후 우리는 사상적 갈등과 '보릿고개'라는 가난을 겪었다.

 

지금, 우리의 번영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니다. 오로지 기성세대들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이다. 1960년대초 남한의 일인당 GNP는 불과 80달러에 지나지 않아 북한에 뒤져있었다. 그 당시, 가난을 피해 1966년에서 1976년 사이에 독일로 건너간 한국 간호사가 1만 30명, 광부로 간 사람이 1963년에서 1978년까지 7800명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때가 1964년이었다. 그는 경제개발을 위해 차관을 얻고자 독일을 직접 방문한 것이다. 방문 기간 중 독일 루르지역 함보른 탄광의 한 공회당에서 작업복에 석탄가루가 묻은 300여명의 한국 광부와 50여명의 한국 간호사들이 박 대통령을 환영키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나타나 태극기가 걸린 단상에 오르자 브라스 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했다. 박 대통령이 선창하자 다같이 합창이 이루어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그러나 마지막 구절인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에 이르러서는 울음소리가 가사를 대신해 버렸다. 참석한 모두가 울어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했다. " 여려분 만리타향에서 이렇게 상봉하니 감개무량 합니다.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남의 나라땅 밑에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를 밀쳐버리고 즉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광원 여러분, 간호사 여러분,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결국 박 대통령은 목이 메어 연설을 마무리 못했다.

 

환영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박 대통령에게 에르하르트 독일 경제장관이 충고를 했다. "울지 마시오. 잘사는 나라를 만드시오. 먼저 제철공장을 짓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자동차를 생산하시오." 이상의 내용은 그 당시 박대통령을 수행했던 백영훈 박사의 증언이기도 하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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