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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결혼식 문화 - 이경재

신랑 아버지가 주례를 서고 신부 아버지가 사회를 본 이색 결혼식이 있었다. 주례와 사회자는 식장에 들어설 때 서로 손잡고 입장했다. 신랑은 주례사 도중 자신을 칭찬하는 말이 나오자 입에 손을 갖다 대면서 (자기 아버지한테) '제발 좀 그만 하시라'는 액션을 보냈다.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한테 인사할 때엔 주례는 단상에서 내려와 절을 받고 다시 단상에 올라 식을 진행했다. 사회자는 젊을 때부터 친구들 결혼식 사회를 단골로 맡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간간이 폭소가 터져나왔고 하객들은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가을 두 명사의 자녀결혼식 풍경인데 주례는 도내 대학 총장, 사회자는 충북대 교수였다.

 

결혼시즌이다. 결혼식은 제3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녀가 부부관계를 맺는 의식이다. 당사자의 결합을 뜻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사회적으로는 사회의 기초 구성단위인 가정을 이루는 단서가 된다. 그래서 철학자 칸트는 결혼식을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증표'라고 했다. 하객들 앞에서 "이 남자는 내 신랑이오, 저 여자는 내 신부"라는 걸 천하에 표방하는 의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결혼식장은 저자거리를 방불케 한다. 예식장 공간구조도 그렇고 혼주와 하객 간의 오붓한 맛도 느낄 수 없다. 신랑 신부한테 덕담은 커녕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식권 한장 받아들고 밥만 먹고 오는 게 결혼식이다. 그러니 삭막하다. 의례적이고 재미도 없다.

 

하객들에게 결혼식은 '고통'이다. 교통 지·정체에다 주차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휴일 한 두군데라면 나은 경우다. 지난 토요일에는 열한군데에 부조금만 75만원이 들어갔다는 사람도 있다. 결혼식은 축의금 전달하는 이벤트 행사장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게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재밌고 여유 있는 결혼식은 불가능한 걸까. 서울의 구청들이 공공건물을 예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테리어를 호텔 수준으로 갖춰 시민들한테 개방한다. 넓은 주차공간에다 접근성이 뛰어나 이용자가 많다. 시민이 낸 세금을 시민한테 돌려주는 것이니 반발도 없다. 당연한 서비스다.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전주시가 서울시를 벤치마킹해서 결혼 예식문화를 바꿔나가면 어떨까. 여유 있고 재미 있도록 말이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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