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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잠자는 '농협개혁' - 이경재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정치 한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이권에 개입하고…. 농민들 다 죽어가는데 말이야." "농협이 금융하고 뭐해서 돈을 몇 조씩 벌잖아. 농협이 번 돈을 농민에게 돌려줘라 이거야."

 

꼭 2년 전인 2008년 12월4일 서울 가락동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농협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큰 돈을 벌면서도 정작 주인인 농민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종증권 인수와 자회사 매각 과정이 비리로 얼룩진 것을 개탄하면서 "농협은 오로지 농민을 위해 전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농협은 지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조합원에 봉사하기 보다는 정부와 조합원 사이에서 조합 임직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변질됐다는 뼈아픈 질타도 있고, MB의 지적처럼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 인력 2만3000여명중 신용사업 부문이 71%인 1만6000여명에 이르는 등 인력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엉뚱한 짓'도 많이 해왔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농업은행과 1958년 발족된 농업협동조합을 합친 새 통합농협이 1961년 발족됐으니 농협은 내년이면 출범 50주년을 맞는다. 적은 나이도 아니다. 1175개 일선 조합과 조합 연합체인 중앙회로 구성된 농협은 임직원 수만 9만7000여명에 이르는 등 그동안 거대 조직으로 발전했다. 헌데 지천명(知天命) 연륜인 데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나이를 헛 먹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MB의 발언 이후 농협은 고강도 개혁을 추진했다.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금융지주-경제지주회사로 각각 독립법인화함으로써 '농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게 핵심이다. 두 지주회사가 얻은 수익으로 농업인의 생산·판매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농업인은 생산에 전념하고 유통과 판매는 농협이 전담함으로써 협동조합 고유기능을 살린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상임위에 제출됐지만 1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지금 칼을 대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도 국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혹시 후원회 계좌에 돈이 덜 들어와 그러는 것인가.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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