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지방에 살면서도 지역신문을 읽지 않고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의존하는 경우를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플로리다에 사는 사람이 그 지역의 신문을 보지 않고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를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신문도 대부분 뉴욕이나 워싱턴 내에서 소화된다.
전국지와 지방지로 이분화하지도 않는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처럼 영향력이 큰 권위지와 일반 지역신문으로 구분하는 정도다. 굳이 전국지를 가린다면 USA투데이와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 두개 신문뿐이다. 두 신문의 점유율은 전체 신문시장(5600만부)의 3%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제도가 일찌감치 도입된 선진국에서 제대로 대접 받는 건 전국지가 아니라 지역신문이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조세징수·지역개발·정책수립권한을 갖고 지역마다 차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는데 이런 정책정보를 지역신문을 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말로만 하는 지방분권, 지방자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방분권이 잘 돼 있는 독일은 400여개 일간지중 90% 이상이 지역신문이고 노르웨이와 영국도 지역신문 점유율이 각각 72%와 67%에 이른다. 중앙집권화된 프랑스마저도 지역신문 점유율이 70%대에 이를 정도다. 지역신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별도의 입법과 정책을 통해 지원했던 나라들이다. 일본만 해도 이미 1950년대에 불공정거래법을 고시해 지역신문이 생존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신문이 예뻐서가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중·동이 전체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한다. 지역신문의 점유율은 10% 안팎이다. 이런 구조라면 여론의 독과점 폐해가 심각하고 그 피해는 독자에게 돌아간다고 언론학자들은 경고한다.
전북에는 14개 지역신문이 등록돼 있다. 숟가락 두개 꽂으면 딱 들어맞을 밥그릇에 14개가 들락거리니 항상 배고플 수 밖에 없다. 지난주 전북일보와 전북CBS방송이 주최한 한 프로그램에서는 지역신문살리기의 현실적 방책들이 나왔다. 독자구독료 지원조례 제정, 광고 등 자치단체의 신문지원 차별화, 신규 인허가의 엄격한 심사 등이 그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실행이 문제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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