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6:22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토끼 - 조상진

"두 귀는 쫑긋, 두 눈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지는 묘똑(뭉뚝)"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 나오는 토끼의 형상이다.

 

올해는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다. 토끼를 뜻하는 묘(卯)는 음력으로 2월, 시간으로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를 가리킨다. 음력 2월은 농사가 시작되는 달이고 묘시는 농부들이 논밭으로 일하러 나가는 시간이다. 즉 성장과 풍요의 상징인 셈이다.

 

토끼는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라 동요나 민속화, 속담 등에 자주 등장한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이야기에서 부터 절구질하는 '달 속의 토끼'까지. 대부분 꾀가 많고 눈치가 빠른 동물로 그려진다.

 

그 중 토끼를 의인화해 코믹하게 그린 수궁가는 토끼 이야기의 압권이 아닐까 한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귀토(龜兎)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토끼와 자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부족한 면을 풍자한 것이다.

 

수궁가에서 토끼는 세번의 죽을 고비를 재치로 넘긴다. 첫번째는 남해 용왕이 병을 얻어 별주부로 하여금 토끼를 꾀어 오게 한 후 배를 갈라 간을 꺼내려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토끼는 용왕 앞에 배를 내밀며 "자, 내 배 째보시오. 간이 있나 없나"하며 간이 없다고 둘러댄다.

 

중모리 장단에 맞춰 "소퇴의 간인즉 달빛같고, 조수같아 망전(보름 전)에는 배에 넣고 망후(보름 후)되면 밖에 두어 진퇴영허(들락날락)하는 고로"라며 피해 가는 것이다.

 

두번째는 간신히 살아난 토끼가 육지로 나와 방정을 떨다 덫에 걸리고 만다. 그러자 토끼는 쉬파리들에게 쉬를 슬어 달라고 부탁한다. 초동목수(풀 베는 아이들)들이 토끼를 구워 먹으려고 불을 피우는데, 들어 보니 쉬가 슬어 있겠다. 마침 도토리 방귀까지 뀌어 썩어 못먹겠다고 버리는 바람에 살아난다.

 

세번째는 기지로 살아난 토끼가 잘난체하다 독수리에게 붙잡히는 대목이다. 토끼는 또 꾀를 내어 용왕한테 의사(意思)줌치(마음먹은데로 이루어지는 주머니)를 받았는데 무주공산에 던져두었다고 말한다. 이를 구실로, 바위 틈에 들어가 독수리를 따돌리고 살아난다.

 

수궁가에서 별주부는 토끼의 관상을 보며 팔난살기(八難殺氣·여덟번의 어려운 지경을 당하게 될 모질고 독한 기운)가 있다고 한다. 즉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물 불 칼 병란이 그것이다.

 

신묘년 한해, 어려움을 토끼처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싶다.

 

/ 조상진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