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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종자(種子)전쟁 - 조상진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알려진'청양고추'는 중앙종묘가 1983년 개발한 품종이다. 매운 태국산 고추와 제주산 고추를 교배해서 개발했다. 하지만 지금 이 종자는 우리 것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한 회사가 1998년 미국 종자회사인 세미니스(현 몬산토)에 넘어가면서 종자주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삼성경제연구소, 미래 농업의 견인차 종자산업)

 

당시 채소 종자시장의 64%를 차지하던 국내 4대 종자기업이 그렇게 되었다.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세미니스로, 서울종묘가 스위스의 노바티스(현 신젠타)로, 청원종묘가 일본의 사카다로 넘어간 것이다.

 

이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식량파동이 일어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이 요구하는 가격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세계는 종자전쟁이 한창이다. 새로운 종자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종자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혈안이다. 바이오 기술을 융합해 항(抗)비만, 혈당조절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종자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는 2002년에 설사 치료제로 쓸 수 있는 토마토 종자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한국생물공학연구원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토마토, 농촌진흥청과 강원대·제일종묘농산은 당뇨치료에 효과가 있는 고추를 개발했다.

 

또 종자주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집요하다. 미국은 지난 100년간 한반도에서 4000종 이상의 콩 종자를 수집해 품종개발에 힘쓴 결과 콩 수출 세계 1위국이 되었다. 우리는 이 콩을 역수입하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유전자원은 26만여 점으로 세계 6위다. 그럼에도 국산 종자보급률은 매우 저조해, 해마다 막대한 로열티를 물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2009년 10월 '2020 종자산업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농산·축산·수산 등의 종자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 육종기술지원센터 설립, 방사선돌연변이육종센터 설립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민간육종연구단지는 국비 562억 원을 들여 종자 관련업체를 집적화하는 사업이다. 한국형 시드 밸리(Seed Valley)로, 지금까지 새만금지역이 적지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간척지라는 이유로 고개를 흔드는 모양이다. 최적지 선정에서 밀려선 안될 것이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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