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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음주문화 - 장세균

'역사의 연구'라는 책을 쓴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기술은 남의 나라로부터 쉽게 배울 수 있지만 남의 문화를 수용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서양인들의 절제된 음주문화를 익히는데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신학기 대학 MT에서 선배에게 폭행을 당한 후배가 결국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모 대학에서 학생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선배 한 명이 기강을 잡는답시고 후배를 폭행했는데 그것이 사망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학생들의 비뚤어진 음주문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개선의 징조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폭음문화가 그대로 대학사회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대입공부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신입생들이 대학 문턱을 넘자 자제력을 잃고 폭음에 빠진 것이다. 한 때 한국이 세계 위스키 전체 소비량의 40%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마치 위스키를 마시는 행위는 맛보다는 신분상승의 한 표시이기도 했다.

 

스위스의 알코올 전문가, 발트 부르크 박사에 의하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B1형으로써 알코올 분해속도가 B2형에 비해서 느리다는 것인데 유럽 사람들은 B1형에 해당하고 한국인은 알코올 분해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B2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조상님의 유전자 덕분인지 모르겠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어에 의하면 음주문화에는 크게 나누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작문화(自酌文化)이다.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만 따라서 먹는 것을 말한다. 서양의 음주문화를 지칭한다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대작문화(對酌文化)이다. 러시아나 중국사람처럼 자기 술잔을 들어올려 건배를 하는 음주문화이다. 세 번째가 수작문화(酬酌文化)이다. 술잔을 주고받는 문화이다. 수작문화는 오로지 한국인이 있을뿐이다.

 

수작문화의 문제점은 바로 똑같은 양의 술을 서로가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술자리 주당의 주량(酒量)을 따라가야 하는 반 강제성을 띤 음주행태이다. 이러다 보니 주량이 약한 사람은 술이 취해 곤드래 만드래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곤드레 만드레의 추태(醜態)를 애교로도 봐주었다. 수작문화에 변화가 있어야겠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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