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6:08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묻어둔 57억 - 백성일

YS때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하면서 지하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검은 돈의 흐름을 쉽게 찾을 수 있어 그걸로 영어의 몸이 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래도 현금 추적은 어렵다. 신권은 어느 정도 추적이 가능하지만 구권은 추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사과 상자에 구권을 담아서 불법선거자금으로 전달했다. 한나라당이 차 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얻은 것도 검은 돈을 수수한 탓이었다.

 

지금도 검은 돈이 거래된다. 불법자금은 거의가 현금으로 수수된다. 수표는 독약이나 다를바 없다. 10만원 짜리 수표도 그냥 쉽게 추적돼 대가성 있는 돈이나 검은 돈은 현금으로 전달된다. 현금으로 주고 받으면 추적이 불가능하고 입증이 어렵다. 요즘에는 5만원짜리 고액권이 나와 뇌물 액수가 종전보다 커졌다.

 

불법 자금 관리도 현금이 유리하다. 차명으로 관리하다가 꼬리가 잡힌 경우가 있고 수표로 바꿔 놓았다가는 유리병 속에 든 금붕어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자금을 세탁한다고 해서 꼬리가 보이지 않을 수 없어 대개 범죄수익금 등은 현금으로 관리한다. 뇌물의 규모가 클 때는 사과상자를 이용했고 적은 경우에는 케이크 상자나 007 가방을 많이 이용했다. 붕어 빵에 붕어가 없듯이 케이크 상자에 케이크 대신 현금을 넣어 전달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유명백화점 10층 개인 물류 창고에 폭발물로 보이는 상자 2개가 놓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보니 현금 10억원이 들어 있어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9일 수감중인 처남으로부터 인터넷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61억원의 관리를 요청 받은 매형이 밭에다 돈을 묻어 둔 사건이 김제에서 발생했다. 매형 이모씨(53)는 2009년 처남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자신의 집에다 보관했다가 지난해 6월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밭에다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아 묻었다.

 

이씨는 돈 욕심이 나 최근까지 2억9500만원을 생활비로 썼다. 도박개장죄로 1년6월의 실형을 받은 처남이 다음달 출소가 임박해지자 매형이 유용한 돈을 남에게 덮어 씌우려던 어설픈 연극으로 나머지 57억도 압수당했다. 저금리 때는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 투자를 한다. 이씨가 이번에 거금을 '금구(金溝)'에 묻어둬 사금으로 유명한 지역이 다시 이름값을 한 셈이다.

 

/ 백성일 주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