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삼성에 대한 본격적 구애는 2000년대 초부터다.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은 잘 나가던 정동영 의원을 앞세워 그룹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투자유치를 부탁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전북출신이 정권을 잡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때 지역언론에서는 삼성의 전북투자가 인색하다는 얘기가 오르내렸다. 삼성의 제조업분야 23개 대단위 공장 중 수도권 7개, 영남권 8개, 충청권 6개가 있으나 전북에는 1개도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보험 증권 유통 건설분야에서 해마다 수조 원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어 2006년 3월 강현욱 지사는 전북도청에 삼성유치 T/F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삼성그룹 본사를 방문해 "삼성의 장기투자계획 대상에 전북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에에 대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대꾸였다. 때 맞춰 완주군에서는 '완주군 삼성기업유치운동본부'발대식을 가졌다.
당시 삼성그룹은 어려운 처지였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으로 국민들로 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그룹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고개를 숙였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채 80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후에도 삼성에 대한 짝사랑은 계속되었다. 김완주 지사는 당선과 함께 삼성그룹 상무출신인 김재명씨를 정무부지사로 발탁했다. 2006월 취임한 김 부지사는 짧은 기간 재직했지만 이학수 부회장과 면담을 주선했다. 그리고 김 지사는 지난 해 10월 김순택 부회장을 만나 신뢰를 키워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삼성은 27일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11.5㎢(350만평)에 2021년부터 20년간 20조 원을 들여 풍력 태양전지 연료전지를 포함한 '그린에너지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LH 이전과 관련해서다. 공교롭게 LH의 경남 일괄이전 얘기가 나오면서 삼성의 투자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더우기 투자시기도 10년 후여서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삼성의 투자가 현실화돼 새만금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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