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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부처님 오신 날 - 이경재

석가모니(釋迦牟尼). 석가는 민족의 명칭이고 모니는 성자란 뜻이다. 인도 히말라야 산기슭의 작은 나라 왕자로 태어난 싯타르타는 아홉살 때 왕궁 성벽 너머의 현실을 보고 삶의 전향점을 맞게 된다. 왕궁 안에는 마치 헐리우드의 영화셋트장처럼 병자· 빈민· 노인들은 모두 치워져 있었지만 바깥 세상에는 생노병사의 고통스런 현실이 적나라했다.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본 싯타르타는 29세에 고(苦)의 본질을 찾아 처자와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한다. 서른 다섯살에 정각(正覺)의 경지에 도달해 부처님이 되었고 45년동안 설법과 교화에 힘썼다.

 

그가 깨달은 건 삶의 고통의 원인이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욕망과 집착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것과 실제 사이에는 항상 불일치가 생긴다. 그렇지만 집착에서 벗어나면 불만과 욕망, 고통과 위선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반 대중은 평생을 욕망과 집착 속에 산다. 명예·돈· 승진· 아파트· 부동산· 감투 등 머리 속이 욕망과 집착으로 가득차 있으니 삶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누군가 '인생은 고'(苦)라고 했다.

 

'추한 노인을 보고 혐오감을 느끼지만 어느 누구도 노인이 되는 걸 피할 수 없고, 병에 걸리는 것 역시 피할 수 없으며,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하며 죽기를 바라지 않지만 죽음은 누구한테나 반드시 닥쳐온다'는 걸 머리속에 두고 사는 것만 해도 깨친 인간이 될 것이다.

 

법정 스님은 버리고 비우는 일은 지혜로운 삶이라고 했다. "무엇을 차지하고 채우려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맑은 바람이 지나갈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몫을 더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과 비리로 얽혀있다."('버리고 떠나기'에서)

 

철학자 칸트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치닫는 존재'라고 했다. 그런데 유한자(有限者)라는 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니 욕망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소통도, 화합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자비심이 온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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