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북일보 1면에 실린 정종환 국토부장관의 사진 한장. 지난 13일 국회 국토해양위에 '토지주택공사(LH) 경남 진주 일괄이전' 방침을 보고하러 왔다가 최규성 장세환 의원한테 호통 당하는 모습이다.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으면 일국의 장관이 말 한마디 못하고 눈을 내리 깐 채 입을 굳게 다물고 험한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을까. 일을 잘못 처리하면 정부가 국민한테 혼쭐나는 상징적인 사진이다. 얼마전 자신 임기중에 LH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던 소신은 온데간데 없이 꼭 죄인의 모습이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MB)의 뜻이지 장관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는 동정론도 있다. 그렇긴 해도 LH 통합후 지난 18개월간 전북과 경남을 줄타기하며 이중성을 보여온 건 비겁하다. 6급 주사 쯤이라면 모르되 한 나라의 정승이란 분이 원칙도 줏대도 없이 처신했다면 이런 나라에 사는 국민들이 오히려 쪽팔릴 일이다. 에라잇, 퉤퉤퉤!
각설하고, 지방이 들끓고 있다. 동남권신공항 무산, 과학벨트 입지 혼란, LH 몰아주기 탓이다. 영남권에선 정권퇴진, 'MB 심판' 혈서가 등장했다. 'MB는 지구를 떠나라'라는 모형 로켓포까지 쏘아올려졌다. 전국 곳곳에서 농성과 삭발,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이런 정권도 없다.
LH를 통째로 경남에 뺏긴 전북 역시 '사기정권' '깡패정권'이라며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김완주 지사와 장세환 의원, 도의원에 이어 어제 최규성 의원이 또 삭발했다. 삭발 유행?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의 조선시대 같으면 그 의미가 각별하겠지만 혈서, 단식, 할복을 경험한 지금 삭발이 무슨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까. 자신을 향한 정치적 입지 강화 차원이라면 모르되 그냥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정치인들이여, 삭발은 이제 그만 하시라. 식상하다.
춘추전국시대 무패의 장군 오기(吳起 또는 吳子)는 '필사즉생, 행생즉사'(必死卽生, 幸生卽死)라 했고 이순신 장군은 이걸 인용해 '생즉사 사즉생'이라 했다. 사즉생은 배수진을 친 각오다. 그렇다면 직(職)을 던져야 마땅하다. 이것이 사즉생의 각오다. 김완주 지사나 국회의원, 도의원 어느 누구 하나 직을 던지고 배수진을 친 사람이 없으니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이다. 지금이 직을 던질 때다. 그것이 부활하는 길이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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