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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큰 인물 - 백성일

예로부터 큰 나무 덕은 못 보지만 큰 사람 덕은 본다고 했다. 수양산 그늘 강동 팔십리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여름철에 정자나무 같은 큰 인물은 그늘을 드리우게 해 지쳐 있는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줬다. 덕이 많아 곧잘 큰 일도 잘 해냈다. 지역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서도 앞장서서 해결했다. 평소 구린 짓을 하지 않아 중앙 무대에서 말발이 섰고 정치력이 통했다.

 

요즘처럼 도민들이 실망감과 무력증에 빠진 적도 없다. 총력을 경주했던 LH 전북유치가 물건너 가면서 그렇게 됐다. 도내 산간 오지까지 LH 유치 관련 플래카드로 도배질 했었다. 관제성 데모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모처럼만에 도민들이 중앙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간 것 같다. 힘 없는 약자의 설움만 톡톡히 느끼고 있다. 전북이 중앙으로부터 냉대를 받은 것이 꽤 오래 되었다.

 

박정희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50년간이나 이어졌다. 지난 김대중·노무현정권 때도 별 것 아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관료 정도만 혜택을 봤다. 민초들은 선거 때 잠시 기분만 좋았지 정권 맛은 못 봤다. 그간 찬방이라 오랫동안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윗목까지 온기가 스며드는데 불 때는 시간이 짧아 아랫목 정도만 온기를 느끼고 말았다. 경상도 정권의 뿌리가 깊게 박혀 지난 두 정권 때도 전북은 쪽도 못 폈다.

 

지금도 찬밥 신세는 여전하다. 정동영 후보가 530만표 차로 대패해 그를 일방적으로 지지한 전북만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됐다. 새만금사업도 1차 내부개발 완공 시점을 10년 앞당겼지만 2020년까지 계획대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해마다 1조원의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절반 확보도 힘들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예산 확보가 잘 안돼 어렵다.

 

개인이나 자치단체나 힘 없으면 당하게 돼 있다. 돌이켜보면 소석(素石)만한 인물도 없다. 크게 써 먹을 수 있었던 7선의 이철승씨를 전주 사람들이 팽시킨 것은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이다. 지금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을 대변할만한 인물이 없다. 원래 인물은 고향 사람들이 밀어줘서 키우지만 본인 스스로가 역경을 딛고 일어나서 크는 법이다. 지역이 어처구니 없게도 만신창이가 됐지만 쓴소리 한마디 하는 원로도 없다. 도내 국회의원들부터 정신차릴 때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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