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6:23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노블레스 오블리주 - 장세균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정의(正義)'가 숨을 죽일수록 역(逆)으로 정의라는 말이 더 범람하듯, 사회 지도층들이 사회적 책임감이 없을수록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남발된다.

 

대학교 일년 등록금 천만원대 육박은 학부형 등을 휘게 만드는데 제정신이 없는 교수들이 높은 봉급과 안식년을 얻어 가며 골프로 세월을 보냈다는 것도 '반(反)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이다. 지도층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정신은 이미 고대 로마 시대 때 확립이 되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로마 귀족의 정신이었다. 고대 로마 초기에 로마 귀족들은 솔선하여 카르타고 한니발과의 전쟁에 참전하였고 제 2차 포에니 전쟁에서는 13명의 집정관이 전사하는 등 최고 관리직인 귀족들이 죽음을 불사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 왕조 때에는 사회 지도층이라는 양반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군역(軍役)에서 면제되었다. 이런 무책임주의가 아직도 우리 사회 구석에서 숨을 쉬고 있다. 얼마전에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의 기지이자 독립군 양성소 역할을 한 '신흥무관학교' 설립 100주년 기념행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 잔디광장에서 열렸다고 한다. 신흥 무관학교는 석주(石洲) 이상룡과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희생이 밑바탕이 되었다.

 

1910년 한일합병 조약이 성립되자 한일병합에 공(功)이 큰 76명이 일본으로부터 귀족작위를 받었는데 대부분이 노론(老論)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회영 일가는 소론(小論)의 대표적 집안으로,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대거 이주키 위해 갖은 어려움 속에서 전재산을 정리하였는데 그 당시 쌀 한가마니가 3원일 때 40만원의 거금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온 가족이 만주로 이주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데 전재산을 쾌척했으며 신흥무관학교 출신이 근간이 되어 독립운동 사상 최대의 성과라는 청산리 대첩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완용과는 달리 독립운동을 위해 전재산을 정리하여 망명했던 이회영 일가의 행동은 우리에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씨앗은 있다는 것이다.

 

/ 장세균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