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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시민여상(視民如傷) - 이경재

공직생활을 하는 데에는 세 글자의 현묘한 비결이 있으니 첫째는 맑을 '청(淸)', 둘째는 삼갈 '신(愼)', 셋째는 부지런할 '근(勤)'자라고 했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말이다. 정관정요는 성군으로 꼽히는 당나라 태종의 치도(治道)를 설명한 것으로 제왕학의 교과서랄 수 있다.

 

고위 고직자나 리더가 사려 깊게 새겨야 할 덕목으로 '시민여상'(視民如傷)이 있다. '백성 보기를 마치 자신의 상처를 보듯 하라'는 뜻이다. 맹자가 문왕(文王)의 예를 든 말인데 문왕은 중국 주나라의 기초를 닦고 덕치에 힘쓴 명군이다.

 

송나라 때 성리학의 원류인 정호(程顥)는 지방관으로 임관할 때마다 집무실에 '시민여상'을 써놓고 "내가 항상 이 네 글자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글귀를 좌우명 삼아 자신을 채찍질했던 것이리라. 다산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시민여상을 재인용하며 각 지역에 부임한 지방관들이 새겨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요즘 공직사회가 비리와 부정으로 난타당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온통 썩은 나라'라고 질타하고 나설 정도다. 청(淸), 신(愼), 근(勤)의 세 덕목과 시민여상은 커녕 틈만 나면 빼돌리고 향응 받고 자기네들 회식비용까지 업자들한테 물리는 판이니 공직사회가 썩어도 너무 썩었다.

 

일찌감치 이런 비리백태를 경험한 나머지 공직을 그만 두려했던 안세경 전주부시장이 4년10개월 간의 전주시 근무를 마치고 오늘 이임한다. 부단체장 재임기간으로선 아마 최장수인 것 같다. 그를 떠올리는 건 시민여상이라는 그의 좌우명 때문이다.

 

그는 "…공직내부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면서 당장 옷을 벗고 싶었다. 괴로워할 때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이 마음을 바꾸게 만들었고, 산민(山民) 선생이 써 준 '시민여상' 글귀를 사무실에 걸고 좌우명처럼 조석으로 쳐다보며 나를 다스렸다."고 그의 책 '나 당신 그리고 우리'에서 적고 있다.

 

그가 마침 국무총리실의 국가경쟁력위원회로 옮긴다.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는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런만큼 파격적, 획기적 개선책을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한다. '시민여상'이 고위 공직자들의 전범(典範)이 될 수 있도록.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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