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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이열치열(以熱治熱) - 백성일

요즘처럼 무더운 때는 기운이 빠진다. 의욕이 없어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쉬고만 싶다. 가볍게 운동을 해서 원기를 추스를 수 있지만 삼복더위를 잘 나려면 섭생이 더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여름이면 나무나 풀이 울창하게 피어나는 것처럼 몸의 양기가 바깥으로 나오고 음기는 뱃속 깊숙한 곳으로 숨는다고 한다. 여기에 여름에는 찬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몸속은 점점 차가워지게 된다. 속이 차가우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설사도 잦아져 몸의 기운이 떨어지고 저항력도 약해지게 된다. 그래서 뜨거운 보양식을 먹는다.

 

우리나라 보양식 개념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복날 보양식의 대명사인 개고기는 불(火)에 해당하고 복날은 쇠(金)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로써 쇠를 이겨 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처럼 보양식하면 닭, 개, 장어 따위가 자웅을 겨뤘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만해도 이들은 민어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백성의 물고기라는 의미를 가졌으면서도 정작 백성은 가까이 하기 힘들었다. "삼복더위에 양반은 민어를 먹고 상놈은 보신탕을 먹는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민어는 여름에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민어는 생선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가시가 적고 살이 많아 먹기가 편하다. 6월 중순부터 7월말 알 배기 직전까지는 암컷이 맛 있고 8월초 암컷이 알을 배기 시작한 후부터는 수컷이 더 낫다. 민어회는 식감이 좋아 도톰하게 썰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살에서 단맛이 배어나와 입안에 감돈다. 포를 떠서 회와 전으로 먹고 남은 살과 머리 뼈로는 매운탕을 끓인다. 그래서 민어탕은 홍어애탕과 더불어 '탕중왕'이다. 정약전이 일찍이 갈파한 것처럼 "맛이 담담하면서도 달아"어떻게 해먹어도 훈감하다.

 

다음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찾지만 계삼탕이 맞다. 닭이 주재료고 인삼은 부재료인 까닭이다. 계삼탕은 결국 무슨 닭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값비싼 산삼을 넣으면 뭐하나. 닭이 엉터리라면 말짱 황이다. 옻 엄나무 영지버섯 등 별별 것을 다 넣어도 그건 마찬가지다. 계삼탕의 닭은 보통 두세달 키운 영계가 제격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삼계탕은 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지만 아무래도 옛맛은 아니다. 민어탕이든 무슨 음식이든지간에 여름철에는 잘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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