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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호남 물갈이 - 이경재

"고추도 3년 동안 한 곳에서 농사를 지었더니 잘 되지 않더라.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인물도 똑같다. 고인 물이 썩기 마련인 것처럼 한 인물이 오래하다 보면 나태해지고 부패하기 십상이다." 전주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 한 지인은 내년 4.11총선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론'이 일자 농사를 빗대 이렇게 말했다.

 

딱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호남물갈이론이 요즘 탄력받고 있다. 지난 10일 3선인 민주당 김효석 의원(담양 곡성 구례)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포기와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다. 호남에서 3선,4선 하면서 단순히 선수(選數) 하나 쌓기 보다는 당이 필요로 하는, 의미있는 지역에 나가 싸우겠다는 비장감을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한테는 천군만마 격이다. 사실 지역구 불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인사는 당 대표 시절의 정세균 최고위원(진안 무주 장수 임실)이다. 대선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지역구에는 새 인물 영입의 물꼬를 트겠다는 포석이다.

 

전주 완산에서 4선을 지낸 장영달 전 의원의 영남 출마 선언도 호남 중진들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겨냥한 지역구는 변호사 출신의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46·농수산식품위)이 포진해 있는 경남 의령· 함안· 합천이다.

 

세명의 전· 현직 국회의원 행보는 혁신적이다. 손학규 대표의 '분당 을' 출마도 혁신적인 결정이었다. 정세균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민주당 변화의 중심은 호남에서의 혁신이 중요하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치는 민주당이 주도해 왔고 민주당은 호남정치가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맥이 끊기고 침체됐다는 지적들이 많다. 의정활동과 대여투쟁, 한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진단하고 처방하기 보다는 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공천개혁과 야권통합을 이뤄내야 할 커다란 숙제가 있다. 지금보다 더 큰 혁신적인 결행이 필요하다. 민주당 텃밭에 기대 치열성도 없이 적당히 정치하는 인물은 갈아치워야 옳다.

 

3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과 정치 리더들중 누가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인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지역구 옮기면 죽는 줄로만 아는 한 발전은 없다. 밀려나기 보다는 스스로 통 큰 결단을 내려 선구자가 되는 게 훨씬 나을텐데 말이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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