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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지명과 역사 - 장세균

지금까지는 개인의 주소를 지번(地番)으로 표시했으나 이제부터는 도로명 위주로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불교의 일부 단체 ,그리고 우리땅 이름 지키기 모임 등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

 

지명은 그 지역에 얽힌 역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명은 한마디로 살아 숨쉬는 향토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리의 이정표나 관공서 서류에는 모두가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어 지명의 역사를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한자가 오랫동안 추방되다보니 우리말의 어원도 모르고 우리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영어가 범람하다보니 '동사무소'라는 명칭이 어느날 갑자기 '주민센터'로 둔갑되어 국적 불명의 혼합어가 되었다. 한글세대 공무원들의 어쭙잖은 발상이라고 본다.

 

미국의 지명을 보면 인디언의 말과 관련이 깊다. 뒤늦게나마 기독교적 양심의 발로로 인디언 언어를 붙여주는 아량을 베풀었던것 같다. 서쪽에 있는 오레곤(OREGON)주는 인디언말로는 '콜럼비아 강'을 뜻한다. 아이다호(IDAHO)주라는 이름은 인디언말인 'E Dah Hoe'에서 나왔다. 와이오밍(WYOMING)주의 이름은 Sioux 인디언말의 '대평원'을 뜻한다. 네브라스카(NEBRASKA)주의 이름은 Oto 인디언 말로 '잔잔한 물결'이라는 뜻이다. 그 지역 인디언 부족의 말을 붙여준 것이다.

 

전주의 경우, 팔달로(八達路)는 공수내다리 부근에서 싸전다리를 지나 충경로 사거리 금암광장까지의 길을 말한다. 동서남북으로 길이 잘뚫렸다는 뜻의 사통팔달(四通八達)을 줄여서 붙여진 것이다. 진북로(鎭北路)라는 이름은 전주의 기운이 북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진북이라고 붙여진 것이다. 태조로(太祖路)는 한옥마을 중심도로인데 태조 이성계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어진(御眞)길'은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는 경기전과 관계가 있는 도로이름이다. 향교(鄕校)길은 전주 향교가 있는 도로 이름이다. 서원로(書院路)는 신흥학교 뒷산너머에 있는 화산서원에서 유래된 말이다. 관선길은 관선암(觀善菴)과 관련이 있다. 순수 한글 지명이 아닌 다른 지명은 반드시 한자와 병기(倂記)해 주면 쉽사리 지명의 뜻을 이해할 것이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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