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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공무원 노조 VS 지방의회 - 이경재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될 당시엔 주민 기대가 컸다. 당시 반쪽짜리 지방자치였지만 굴절된 사안들이 바로잡히고 주민들이 주인 대접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관선시대의 폐해가 너무 컸던 반작용도 있다. 인사· 예산· 정책 등이 중앙정부 잣대로 좌지우지됐고 지역의 의견은 아예 무시되기 일쑤였다. 지방의 관리들은 목줄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일을 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지방자치법이 새롭게 제정되면서 채택한 체제는 기관대립형이다. 기획 정책 예산 인사 등 자치단체의 업무는 집행부의 고유 업무로 못박고, 지방의회는 집행부 업무에 대해 견제하도록 기능을 조정해 놓았다. 따라서 감시 견제기능은 지방의회의 고유 업무이면서 가장 큰 권한이다. 사무조사권과 예산심의권이 대표적인 수단인데 집행부는 이 두 권한 때문에 쩔쩔 매기도 하고 지방의원을 '상전'으로 모시기도 한다.

 

지방의회 부활 당시 지방의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의회경시였다. 걸핏하면 이 풍조를 문제 삼았다. 무지하거나 권위주의적인 자신들은 탓하지 않고 집행부 간부들을 닥달했다. 간부 군기를 잡기 위해 고의로 단체장을 역공하는 일도 많았다. 심지어는 기자들 앞에서 도청 국장한테 재털이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있었다. 해외에 나가면 수행 공무원은 포터로 불렸다. 의원 짐을 대신 짊어지고 저자세로 수발하는 그들을 기자들이 그렇게 불렀다.

 

격세지감. 익산시 공무원 노조가 익산시의회를 향해 눈을 치켜 떴다. 단초는 일부 시의원의 공무원 무시행태와 강압적인 태도를 노조가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이를 두고 시의회가 발끈, 공무원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서자 두 기관이 주먹을 쥐고 있는 상태다. 시의회는 어제도 성명을 내고 "사과하라."고 경고했지만 노조는 "고압적인 태도는 놔두고 의회입장만 내세운다."며 유감이라고 맞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태도가 문제다. 할 일이 많은데 태도를 놓고 싸우는 건 볼썽 사납다. 하지만 정치서비스를 받는 주민한테는 좋은 일이다. 집행부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될테니까 말이다. 의회-집행부가 초록관계라면 20년 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그래서 싸움은 말리라 했지만 이런 싸움은 피 터지게 계속 하는 게 낫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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