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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 찌질한 윗분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지만 '자신이 한 잘못을 생각하지 않은 채 다른 이의 비판에는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춘추시대 한 백성이 당시 나라를 다스리던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지만 종이 너무 컸다. 그래서 이를 쪼개서 훔치려고 망치로 종을 깨는 순간 종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 백성은 자신의 범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우매한 행동을 저질렀다는 고사다. 중국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지은 여씨춘추에 나오는 우화다.

 

이를 빗대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나 선관위 디도스공격 사건,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 및 주요 정책 처리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고 정책을 독단적으로 강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자치단체의 '엄이도종'도 문제다. 전북도청의 '불통(不通)행정'이 심각한 모양이다. 전북도청 공무원노조는 전북대 응용통계연구소에 의뢰해 직원 12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는데 상사들의 하는 꼴이 여간 찌질한 게 아닌 것이 드러났다.

 

의견이 다르면 소통을 거부(50%)하고 동일 직렬 및 학연·지연이 아니면 편파적(50%)인 데다, 원칙과 기준이 없이 기분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44%)는 것이다. 또 '도지사의 메시지가 왜곡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48%), '어렵고 복잡한 일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긴다'(44%), '상사가 공·사 구분을 안한다'(44%)는 등의 불만을 터뜨렸다.

 

소통은 어떤 것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이고 타인과 소통하면서 만들어지는 존재다. 상사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이런 창피한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도청의 조직문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 있다. 이를 치유하려면 조직의 리더는 먼저 본인 중심의 독단적 소통방식을 버리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필요에 맞는 소통을 실천하면서, 나를 변화시키는 이른바 '장자(莊子)소통' 3단계 전략이 그것이다.

 

직원과 밥 한끼 같이 먹는다거나, 안하던 대화를 한답시고 직원들 한자리에 모아놓고 얼굴 맞대는 게 소통이 아니다. 그건 쇼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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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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