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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새해 아침이 마음 설레는 이유는 여럿이다. 그중의 하나.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들을 만나는 일이다. 기자라는 직업으로서도 그렇고 독자로서도 그렇고 꽤 오랫동안 새해 첫날 아침이면 시내 가판대에서 일간지를 샀다. 지금이야 인터넷 신문이나 태블릿PC로 편하게 온갖 일간지들의 신춘문예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잉크냄새 가시지 않은 두툼한 신년호 특집 속에 끼어있는 신춘문예 당선작을 마주하는 것은 새해 아침, 마음 설레는 행복한 일이었다.

 

올해도 일간지의 신춘문예를 통해 많은 문청(문학청년)들이 등단의 기쁨을 안았다.

 

신춘문예는 오랜 고투 끝에 찾아오는 기다림의 관문이다. 신춘문예는 말 그대로 '새봄에 찾아오는 문학'이다. 이 '새봄의 문학'에 들어서기 위해 문청들은 스스로를 치열하게 갈고 닦으며 습작의 시간을 보낸다.

 

사실 작가가 되는 등단의 관문은 신춘문예 말고도 다양하다. 문학지의 추천이나 문학상 공모를 통해서도 신인작가가 발굴되고 작가 스스로의 작품집 발간으로도 등단의 자격은 주어진다. 그러나 신춘문예가 갖는 등단의 의미는 특별하다. 오죽하면 '신춘문예 열병'이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신춘문예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1925년 <동아일보> 가 그해 연말 문학작품을 공모하면서부터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계급시의 선구자 김창술과 아동문학의 선구자 윤석중이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다. 1928년에는 <조선일보> 도 비슷한 방식의 작품공모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신춘문예는 문단의 주목을 모았다. 문학에 뜻을 두고 있었던 신인들에게 이 제도는 자신의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문단에 등단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신춘문예는 1930년대 이후 가장 중요한 문학 등용문이 되었고, 그 자격은 지금도 유효하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60년대 중단되었던 것을 1988년에 부활시켰다. 25년을 맞은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당선자가 있다. 시부문의 이영종씨다. 그의 나이 올해 쉰 한 살, 20·30대가 즐비한 신춘문예 당선자 행렬에서 그의 존재는 빛난다. 오랜 시간 겪었을 습작의 외로운 투쟁을 감히 짐작해보니'재미와 비애가 있는 시를 쓰겠다'는 수상소감이 의례적인 수사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올해 낙선한 수많은 문청들에게도 그의 당선이 위안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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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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