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1996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안성기 분)가 재임용에서 탈락한데서 시작한다. 김 교수는 1995년 대학별고사 수학2 문제가 오류가 있기 때문에 바로 잡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학과 다른 교수들은 학교의 명예를 내세우며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이 원칙주의자는 2005년 대학을 상대로 재임용 탈락 취소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그러자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긴 김 교수는 2007년 2심 재판장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다 석궁사건을 일으켰다.
폭력행위 등으로 기소된 김 교수는 석궁이 몸싸움 과정에서 발사돼 벽에 맞고 화살이 부러졌는데 그 화살이 없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김 교수는 4년 형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영화는 박준 변호사(박상원 분)와 여기자(김지호 분)가 양념을 쳐준 덕분에 재판과정이 지루한 줄 모른다.
이 사건에서 재판에 불만을 품고 재판장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 자체는 잘못이다. 그렇지만 혈흔이 재판장의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는 등 제 식구 봐주기는 곤란하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김 교수의 일갈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것은 사법불신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부러진 화살은 지난해 대박난 '도가니'와 '완득이'에 이은 소위 사회파 영화(social conscience film)다. 도가니는 2005년 청각장애인 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다뤄 큰 충격을 줬다. 완득이는 실제 사건은 아니지만 다문화 가정과 장애인, 교육문제 등 우리 사회가 가진 다양한 이슈를 따뜻하고 코믹하게 그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가니는 467만명, 완득이는 531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들 작품은 영화 한 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실감케 했다.
흥행성을 갖춘 사회파 영화들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성역들이 하나씩 무너졌으면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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