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11월에는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경비함에 탔던 군산해경 정갑수 서장이 실족사했다. 또 제주에서는 나포한 중국어선이 다른 중국어선에 탈취 당하고 해경대원 5명이 집단폭행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 서해는 이미 중국어선의 약탈장이 된지 오래다. 해마다 1만5000여 척이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와 불법조업을 일삼는다. 이에 반해 최근 5년간 단속된 어선은 2164척에 불과했다. 중국어선이 우리측에 넘어와 조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앞바다에 물고기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해양오염과 극심한 남획이 원인이다.
이처럼 중국어선이 우리 근해에 밀고 들어 온 것은 꽤 오래되었다. 16세기 중반부터다. 고려 말과 조선 전기에 극심했던 왜구 못지 않은 피해를 끼쳤다. 당시 서해에 침범해 난행을 일삼는 중국어선이나 상선을 황당선(荒唐船)이라 했다. 이들은 소득이 적거나 식량이 떨어지면 해안에 상륙해 노략질을 하고, 우리나라의 배를 습격하는 해적떼로 변하기도 했다. 1608년(광해군 즉위년)에 군산도 부근에 나타난 수적선(水賊船) 5, 6척은 부안 지방을 도적질하고, 우리나라 상선을 약탈했으며, 또 1609년(광해군 원년)에는 진포에 있는 군산진 만호(萬戶)가 해적에게 피살되기도 했다. 이때 국왕은 '국가의 큰 치욕이다'고 말할 정도였다.(군산대 김종수 교수)
1715년 숙종실록에는 이런 대목도 보인다. "당나라 선박이 서해안에 출몰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때로는 하루에 2,30척이나 되었다. 변방에서 그들을 체포하긴 하지만, 사실에 관해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때로는 본국으로 압송해 가는 폐단도 있어 무리하게 체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안쪽까지 들어와 두려워하는 것이 없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 숫자가 많아져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황당선의 황당(荒唐)은 사전적으로 '터무니 없고 허황하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이들 배를 황당선이라 했겠는가.
이제부터 우리도 북한이나 일본처럼 단호하게 대응,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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