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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혁신

도시는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활동들을 위한 시설과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하자면 도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삶을 어떤 형식으로 담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곧 문화다. 지금 한 도시의 문화는 그 도시의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쇠퇴시킨다.

 

오래전에 문화를 주목했던 세계의 도시 중에는 문화적 전통을 살려 산업화로, 혹은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많다. 우선 가까운 나라 일본만도 주목해야할 도시들이 적지 않다. 그 도시들을 눈여겨보면 전통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면서 끊임없이 유·무형의 문화를 탄생시키는 '전통의 혁신'을 주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혁신이 더해진 전통은 새롭고 낯설지만,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난 후에는 또다시 전통 산물이 되어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오래전에 간파했던 것이다.

 

전주와 꾸준히 교류해온 덕분에 낯설지 않은 가나자와는 전통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현대적 삶을 구현, 일본안의 전통문화도시 '메카'가 됐다.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지만 인구 50만 명이 안 되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 가나자와는 전쟁이나 자연재해의 폐해를 별로 겪지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나자와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통보존지구를 연상케 한다. 옛 무사들의 저택지가 남아있는 '나가마치', 70여개의 절이 모여 있는 '테라마치', 옛 요정거리의 풍경을 간직한 '히가시차야'등이 도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이들 말고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보존을 거듭해온 전통가옥이나 문화재 등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옛 건축물과 구조물은 전통문화도시의 풍경을 온전히 담고 있다. 이들의 전통문화 사랑은 보존뿐만 아니라 복원을 통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본 3대 정원인 '겐로쿠엔' 옆에 자리 잡은 '가나자와성'을 복원한 것도 눈길을 끄는 예다.

 

가나자와는 전통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잘 갖추어 놓고 있다. 전통예술 장인들을 배출하고 있는 '가나자와 직인대학'이나 '우타츠야마 공예공방'등이 그 통로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의 삶에도 향기가 넘친다. 가나자와 취재길에 만났던 한 공예인이 들려준 말. "전통과 혁신은 떼어놓을 수 없는 긴장 관계에 있다. 전통을 무시하는 혁신은 무질서를 낳고, 혁신을 외면하는 전통은 미라처럼 생명력을 잃는다." 고개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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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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