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정 선임기자
장애인으로는 세계에서 최초로 4대 극한의 사막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시각장애인 송경태씨가 이번에는 히말라야 안나프루나 전진기지 등반에 성공했다. 안나프루나 정상은 해발 8091m, 전진기지는 그 절반쯤의 지점인 4130m에 위치하고 있다. 안나프루나는 산세가 험난한데다 예측 불가능한 산사태로 전문 산악인들도 오르기 힘든 산으로 꼽힌다. 지난해 박영석 원정대가 실종된 곳도 이곳 안나프루나였다. 오죽하면 '히말라야의 잔혹한 풍요의 여신'이라는 별칭이 붙여졌겠는가. 악전고투였을 등반과정의 고통은 그래서 감히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송씨의 소감은 "힘듦과 고통이 클수록, 완주 후의 성취감과 도전하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등반의 역사는 인간의 도전과 극복의 역사다. 기록에 따르면 산에 올라 정상에 선 첫 공인 등반은 1492년, 알프스의 암봉 몽테귀유 등정이지만 근대적 등산의 시작은 1786년 미셸 파카르와 수정 채취꾼 자크 발마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등반이다. 흥미로운 것은 알프스 초기 등반의 역사는 국력을 과시하는 또 하나의 국가 간 정복전쟁이었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험난한 자연에 도전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낸 변천의 과정 속에서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 산들은 인간에게 정복당했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는 인간 한계 극복의 역사를 상징하는 산으로 꼽힌다. 산악인들은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8000m 이상의 14개 거봉을 정복하기 위해 숱한 도전을 했다. 히말라야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K2', '다섯 개의 큰 눈의 보고' 칸첸중가, '남쪽봉우리' 로체, '보석의 여신' 초오유, '영혼의 산' 마나슬루, 시샤팡마, 브로드 피크 등 14개 거대한 봉우리가 인간의 도전에 하나씩 정복되었다. 물론 그 노정에는 수많은 산악인들의 숱한 좌절과 희생의 아픈 역사가 놓여있다.
전북에도 히말라야의 거대한 14개 봉우리를 정복한 산악인이 있다. 한왕용씨다. 지난 2003년까지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세계의 산악인은 11명. 한국에서는 엄홍길, 박영석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이다. 그는 1994년 초오유를 시작으로 14좌 완등까지 꼬박 10년을 바쳤다. 쉰 번의 도전에 숱한 좌절을 겪고서야 얻은 완등이지만 그의 소감 또한 의외였다. "등산의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지 않다. 자연이 주는 고난과 싸우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들.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도전정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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