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2:55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자신의 그릇만큼'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다."(법정스님의 '무소유')

 

그제가 법정스님 입적 2주기였다.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편향성이 난무하는 오늘날 스님의 무소유 삶의 울림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법정스님은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을 길어다 마시는 찬 한잔"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알렉시스 토크빌(1805∼1859)도 물질적 풍요 뒤의 병리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으로 유명한 그는 7개월간 미국 여행을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삶에 대한 회의에 빠져 있는 걸 간파하고 비판했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볼 때마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물질만능의 병리현상은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더 가난해지는 법이다. 빚을 비관해 어린 두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려 했던 비정한 엄마가 있었고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를 요구하며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려 한 정치인도 있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중 1위다. 슬픈 현실이다. 한해(2010년)에 1만5566명이 자살했으니 하루 평균 42.6명 꼴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육신은 편안한 반면 정신은 피곤해진다. 정신적으로 얽매일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질과 권력, 명예를 가질 만큼 다 가졌어도 삶에 대한 회의를 떨치지 못한다. 처방은 없을까.

 

법정스님은 자족(自足)이 교훈이라고 가르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안에서 만족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는 것이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우리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자신의 그릇만큼'에서) 총선 상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