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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루에의 선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미디어아트(매체예술)'가 대세다.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미디어아트는 이제 문화예술현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여수엑스포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예술적 표현이 모든 공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주목해 지역 발전 동력으로 삼은 도시가 있다. 독일 서남부의 도시 칼스루에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칼스루에의 인구는 30만 명. 이 중소도시에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거대한 규모의 미디어아트센터가 있다.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이다. 현대미술관과 미디엄 뮤지엄, 미디어 도서관과 미디어 극장, 음악 스튜디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ZKM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트센터다.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가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공간 뿐 아니라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놓아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간의 전신이 탄약공장이라는 사실이다.

 

칼스루에는 정보과학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헤르츠'라는 단위를 만들어낸 하인리 헤르츠가 칼스루에 대학 출신이다. 정보과학에 대한 개념 역시 50년대 칼스루에를 중심으로 정리됐던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정도다. 칼스루에시는 그런 도시의 전통을 기반으로 이 분야의 많은 아이디어를 과학자 뿐 아니라 예술가, 주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전략을 모색했다. 정보 통신, 방송시설, 문화예술 영역을 통합해 발전시키는 정책 역시 그러한 전략으로부터 나왔는데, 그 결실이 바로 미디어아트센터 설립이었다.

 

1985년 시의 기획과 칼스루에 미술대학의 공동연구로 시작된 미디어아트센터는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 건축으로 환경친화적인 건물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초 건설 후보지는 중앙역 옆의 빈터. 파리와 프라하를 잇는 철도와 함부르크와 이탈리아를 잇는 철도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던 칼스루에의 지리적 장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국제 공모를 통해 네덜란드 건축가 램 콜하우스의 설계안이 당선됐지만 막대한 예산문제에 부딪혔다. 이때 제안 된 곳이 탄약공장이다. 비어있는 동안 음악가와 미술가들이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던 탄약공장을 미디어아트센터로 바꾸는 작업은 시민들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칼스루에는 오늘날 미디어아트를 이끄는 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이 도시의 탁월한 선택이 가져온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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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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